모든 사람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국가이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부터 현대의 복지국가 모델에 이르기까지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근 전 세계 모든 정부와 학자, 시민단체가 모여 오랜 숙의과정을 거쳐 합의한 구체적인 유토피아 모델이 있다. 바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 세대 구성원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 제시하는 각종 지표는 빈곤퇴치, 교육, 보건 등 사회적 지표는 물론 대기, 수질과 같은 환경적 지표와 경제성장률, 물가지수와 같은 경제적 지표를 망라하여 포괄적인 정보를 나타낸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래세대가 자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기회까지도 공평하게 보장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임야·농지 면적비율 등과 같은 지표들도 포함한다. ‘지속가능한 유토피아’를 구현하기 위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이정표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지금까지 제시된 지표체계 중 가장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다. 이 지표는 2016년을 원점으로 2030년까지 인류가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담은 17개 목록, 169개 세부목표 및 232개 지표로 구성됐다. 232개 지표는 빈곤선 이하 인구비율, 인구 10만명당 B형간염 발병 건수, 관리직에서 근무하는 여성 비율, GDP 대비 R&D 지출, 1인당 실질 GDP의 연성장률 등과 같이 정치·경제·사회·환경 전 분야를 아우르면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1987년 ‘환경과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의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후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리우 회의)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환경·경제 통합 개념으로 진화했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리우+10)에서 환경·경제·사회의 통합과 균형을 지향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발전전략으로 정착됐고,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리우+20)에서는 구체적인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마침내 2015년 17개 목표 등이 도출되어 ‘새천년 발전목표(MDGs)’를 이은 인류의 발전 지향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 제시된 지표를 추구하면 자연스레 삶의 질이 높아진다. 지난해 OECD ‘삶의 질 지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노르웨이고, 2위는 덴마크다. 이들 국가는 유엔 지속가능해법네트워크(UN SDSN)가 실시한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각각 4위와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OECD 삶의 질 순위에서 29위였던 우리나라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지표 평가에서도 27위에 머물렀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
유토피아(Utopia)의 원어에는 ‘좋은 곳’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완벽한 이상국가를 이 세상에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꿈을 공유하고 함께 추구한다는 것만으로도 한층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2018년 한 해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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