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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 살인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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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5 18:11:46 수정 : 2018-01-25 18: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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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 시달린 끝에 숨진 고준희(5)양을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 한 친부 고모(37)씨와 고씨의 내연녀 이모(36)씨, 이씨의 어머니 김모(62) 등이 25일 검찰에 의해 나란히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향후 이들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혐의 적용이 다소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주지검이 이날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다.

아동학대치사는 고씨와 이씨가 지난해 4월 들어서부터 준희양의 발목과 등, 옆구리 등을 발로 마구 짓밟고 방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학대를 일삼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다. 사체유기는 같은 달 25일 아침 호흡곤란으로 숨진 준희양의 시신을 군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다.

전주지검 김한수 차장검사가 25일 고준희(5)양 암매장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친부 고모(37)씨와 고씨의 내연녀 이모(36)씨, 이씨의 어머니 김모(62)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동욱 기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같은 해 12월 8일 경찰에 허위 실종신고를 해 3000여명의 경찰력을 낭비하게 만든데 따른 것이다. 사회보장급여 법률 위반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완주군에 양육수당을 허위로 신청해 매달 10만원씩 모두 6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량기준은 대개 10년을 적용하고 있다. 시신유기죄는 7년이하 징역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선고된다. 영유아보호법 위반의 경우 최고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등 보다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혐의 적용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들이 지병을 앓는 아이의 치료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오히려 고의로 학대해 병증을 악화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미필적고의는 자신이 범죄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예견했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른 살인의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다.

그동안 검·경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준희양은 같은 해 1월 25일 친모로부터 넘겨진 이후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에 대한 치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던 질병이었지만, 이들은 병원에 데려가기는 커녕 처방약조차 먹이지 않고 따로 모아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로 철저히 외면했다. 이에 준희양은 성장 발육이 다소 느려지고 면역력 저하에 따른 감염과 통증에 대해 둔감한 증상을 보였다.

병세가 악화되고 폭력이 더해진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고씨와 이씨는 몸이 아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밥조차 제대로 삼키기 힘든 준희양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해댔다. 두살 위인 이씨의 친아들(당시 7세)과 다툴 때마다 체벌은 준희양에게만 가해졌다.

당시 고씨는 다리를 바깥으로 구부리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않아있던 준희양의 오른쪽 발목을 수 차례 짓밟았다. 10여일이 지나자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검게 부어올랐고 전신에 수포가 생켜 제대로 걷지 못한 채 방바닥을 기어다녔다. 이어 또다시 10여일 뒤에는 아예 기지도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병원에 데려가거나 어떠한 치료조차 하지 않고 방치했다. 오히려 고씨는 준희양이 숨지기 전날인 24일 자정이 조금 지나 퇴근한 뒤 거실에 있던 준희양의 등과 옆구리를 발로 수 차례 걷어찼다.

이를 본 이씨는 말리기는 커녕 작은 방에 내팽개치고 발로 짓밟아 갈비뼈 3개를 부러뜨렸다. 이 때 부러진 갈비뼈가 복부 내 비장 등 장기를 손상시켜 복강내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이다.

전주지검 김한수 차장검사가 25일 고준희(5)양 암매장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친부 고모(37)씨와 고씨의 내연녀 이모(36)씨의 폭행으로 고양의 갈비뼈 3개가 골절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이로 인해 준희양은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신음하다 이날 저녁 무렵에는 1차례 의식을 잃었다. 자정을 앞둔 오후 11시 30분쯤에는 급격한 곤란증세를 보였다. 고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준희가 죽을 것 같았다”고 진술하는 등 아이의 위중한 상태를 감지했으면서도 당시 119에 도움을 청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채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준희양은 의식불명에 빠져 숨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때서야 고씨는 아이를 품에 안고 차량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진술했다.

검찰조사 결과 당시 준희양은 발달만 다소 더딜뿐 체중 등은 같은 또래 여아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자폐증이나 어떤 장애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후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준희양 사체를 곧바로 암매장했다. 이후 8개월 가량 지나 지난 해 12월 8일 허위 실종신고를 하기 전까지 이들은 준희양이 김씨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연극’을 했다.

이들이 허위 실종신고를 한 이유도 마지못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1월 18일 이씨와 결별한 고씨가 범행이 탄로날 경우 혼자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하려던 과정에서 이씨가 찾아와 둘이 짜낸 결론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죄책감이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서로에게 준희양의 사망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검·경은 밝혔다. 또 통합심리 행동분석 결과에서도 준희양에 대한 별다른 정서나 애착이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 김한수 차장검사는 “수사 결과와 관련자 진술의 진위 여부, 증거관계 등을 종합해 범뇌사실을 재구성하고 이에 부합하는 법리적용을 검토한 결과 아동학대치사로 결론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엄벌의 필요성에 대해 절대 공감한다”며 “범행을 부인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한 이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해 책임에 상응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올해 들어 피해자가 아동인 범죄와 극단적 인명경시 성향이 드러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살인범죄 처리 기준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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