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겠지?’
서울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5)씨는 동료들과 점심 먹고 계산대에 놓인 ‘명함 이벤트함’에 자기 명함을 넣고 나왔다. 당첨되면 1인 동반 식사권이 그의 손에 들어온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동료들 농담에 김씨는 “한 번쯤은 되지 않겠어?”라고 웃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당첨되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벤트 종료 후, 다른 사람들 것과 섞인 김씨의 명함은 어떻게 되었을까?
최근 기자가 서울 시내를 돌며 명함 이벤트 중이거나 경험이 있는 식당을 대상으로 ‘명함 처리방법’을 물어본 결과 다소 엇갈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벤트를 실시했던 식당 대부분은 명함을 잘게 잘라 버렸다고 했지만, 일부는 시간과 인력 등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파기라 볼 수 없는 선에서 명함을 처리한 것으로 보였다. 명함을 자르지만 이름이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거의 알아볼 수 있는 상태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벤트를 진행 중인 식당에서는 “잘게 파쇄할 예정”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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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법조계에 따르면 파기 없는 명함 처리는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와 같다.
명함을 파쇄기에 넣거나 구멍 뚫어서 다른 사람이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해야 하는 개인정보 처리자(식당 업주)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손님의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6조에 따라 인쇄물, 서면 혹은 그 밖의 기록 매체일 경우 파쇄 또는 소각이 원칙이다.
이벤트가 끝나고 명함을 파기하지 않은 채 보관하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법령에 따라 보존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정보 처리자는 △ 보유 기간 경과 △ 개인정보 처리 목적 달성 등의 이유로 정보가 필요 없게 되었을 때 바로 개인정보를 파기해야 한다. 1개월 이벤트라고 가정하면 식당이 명함을 보관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한 달이다. 적발되면 제75조에 따라 최고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낼 수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 받은 명함을 길 가다 잃어버렸을 때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다면 명함 흘린 이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다만, 명함을 흘린 행위 때문에 피해가 생겼다는 정확한 인과관계 증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대표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명함 이벤트는 묵시적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므로 문제 되지 않지만, 올바르게 파기하지 않고 명함을 버리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며 “완전 파기 전제하에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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