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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부모가 '장기려 박사'에게 진 빚 갚겠다는 아들, 해다마 1800만원씩 기부키로

입력 : 2018-01-05 18:05:31 수정 : 2018-01-05 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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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환자를 위해 받친 고 장기려(가운데) 박사의 진료 모습.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였지만 최소한의 월급만 받았으며, 그마저도 환자를 위해 내놓았던 장 박사는 '한국의 슈바이처', '바보의사'로 불리며 큰 존경을 받았다. 고신대 복음병원 제공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故) 장기려 박사에게 48년전 부모가 진 빚을 아들이 기부로 대신 갚기로 해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5일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등에 따르면 ㈜무한의 박종형(49) 대표이는 지난 1일 "48년 전에 이 병원에 진 마음의 빚을 갚으러 왔다"고 문을 두들겼다.

박씨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1970년 그의 아버지 박용우씨는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어머니마저 만삭인 데다 임신 중독증을 앓고 있어 병원비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장 박사는 자신의 월급을 털어 박씨 부모의 병원비를 대납했다.

박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장기려 박사님께 큰 빚이 있으니 꼭 갚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는데 이제야 갚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48년 전 장 박사가 대납한 병원비를 현 화폐가치로 환산한 1800만원을 올해부터 해마다 복음병원에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1911년 평북 용천에서 출생, 32년 경성의학 전문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평양의대 외과학 교수 겸 부속병원 외과장을 지냈다. 

한국전쟁 당시 부인과 5남매를 평양에 남겨두고 둘째아들만 데리로 부산으로 피난왔다.

이후 51년 복음진료소를 세워 무료진료를 했으며 서로 도움을 통해 과중한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자며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고 실력을 갖춘 의사로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지만 복음병원 옥탑방에 머물며 가난한 자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다가 95년 12월25일 별세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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