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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예정 시기도 지났다…여전히 불투명한 머리이식수술

입력 : 2017-12-30 08:00:00 수정 : 2017-12-28 16: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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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기한은 끝났다. 모든 게 계획대로 풀렸다면 이번 달 안에 우리는 세계 의학계에 획을 그을 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척수성 근위축증인 ‘베르드니히-호프만병’을 앓는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램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2)의 머리를 신체 건강한 기증자 몸에 이식, 새로운 인생을 주겠다던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의 발표가 나온 지 어느새 2년 반이 됐다. 최초 보도 당시 수술 예정 시기는 2017년이었다.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2). 스피리도노프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수운동 신경세포 이상으로 근육이 점점 약해져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길어야 30세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머리이식수술의 예정일은 불투명하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수술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어떤 것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수술 수혜자는 스피리도노프가 아닌 중국인으로 잠정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카나베로 박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하얼빈 의대의 런 샤오핑 박사와 중국 자본력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스피리도노프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17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열한 해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하고 꿈꿨던 일들이 행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피리도노프는 ‘꿈이 현실이 됐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궁극적인 희망인 머리이식수술 대상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30살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2년 전에도 알려졌지만,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여자친구도 만나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2015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학회에서 처음 만난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왼쪽)와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오른쪽).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그러는 사이 카나베로 박사는 세계 최초로 인간의 뇌 이식 수술을 성공했다고 지난달 중순 밝혔다. 비록 시신을 대상으로 이뤄진 수술이지만, 조만간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도 수술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카나베로 박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인간 뇌 이식수술을 중국에서 18시간에 걸쳐 진행했으며, 절단된 머리의 척추와 신경 및 혈관 등을 성공적으로 재연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곧 같은 수술을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술은 중국 하얼빈 의대의 런 샤오핑 박사팀 집도하에 이뤄졌다.

 
중국 하얼빈 의대의 런 샤오핑 박사(왼쪽). 지난해 6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런 박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의료팀을 꾸렸고, 철저하게 수술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했다”며 “준비가 끝나면 언제든 수술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캡처.


시선은 차갑다. 많은 이들은 머리이식수술은 비윤리적이며, 수술 당사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일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스피리도노프의 사연을 처음 보도했을 당시 세계일보가 국내 신경외과 의사들에게도 머리이식수술 성공 가능성을 물었는데, 어디서도 답변이 오지 않았다는 점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뉴욕의대에서 생명윤리학을 가르치는 아서 캐플란 교수는 카나베로 박사가 중국으로 수술 무대를 변경한 이유를 가리켜 “여러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시카고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분석했다.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머리이식수술을 할 수 없을 게 뻔하고, 그나마 반발 가능성이 중국에서 낮으므로 대상과 배경을 바꿨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그러면서 캐플란 교수는 “카나베로 박사는 사망이나 치매 등 수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고 있다”며 “머리를 이식한다는 건 소켓에 새로운 전구를 끼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 “터무니없는 과학이론으로 절박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 치료를 약속하고, 심지어 완벽하지도 않은 시신과 동물 실험을 근거로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다고 선언하는 건 사기꾼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한편 스피리도노프는 올 1월 우리나라에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머리이식수술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혼란스러운 국정 등의 이유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스피리도노프 측은 내한 조건으로 ‘수술비 1만달러(약 1100만원)’와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행사 주최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들을 우리나라로 불러들일 만한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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