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 가운데 연간 470만명이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4명 중 1명꼴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해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요 17개 정신질환의 평생유병률은 25.4%로 분석됐다. 평생유병률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이환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지난 1년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을 의미하는 '일년유병률'은 11.9%로 집계됐다. 연간 470만명의 정신질환 경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신질환별로 보면 주요 우울장애(우울증)를 앓는 사람은 연간 61만명(일년유병률 1.5%)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2주 이상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 흥미상실, 식욕․수면 변화, 피로, 자살 생각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직업상 곤란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평생유병률은 5.0%로 집계됐다.
불안장애를 최근 1년간 경험한 사람은 224만명(일년유병률 5.7%)으로 분석됐다. 불안장애는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특정공포증, 범불안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장애를 의미한다. 평생유병률은 9.3% 수준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 10명 중 1명뿐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는 연간 6만3000명(일년유병률 0.2%)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신질환은 망상이나 환각, 현실에 대한 판단력 저하로 사회적, 직업적 또는 학업적 영역에서 적응에 상당한 문제를 겪는 상태를 말하는 데 평생유병률은 0.5%다.
알코올 사용장애의 경우 연간 139만명(일년유병률 3.5%)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다한 알코올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평생유병률은 12.2% 수준이다.

니코틴 사용장애 지난 1년간 추정환자는 100만명(일년 유병률 2.5%)으로 분석됐다. 너무 오랫동안 니코틴을 사용해 사용을 중단하거나 줄였을 때 인지적, 신체적, 행동적인 부적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평생유병률은 6.0% 수준이다.
◆자살 계획·시도 소폭 감소…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정신장애는 자살 생각·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성인의 2.9%가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0.4%가 자살을 계획하며, 0.1%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자의 50.1%, 자살 계획자의 68.7%, 자살시도자의 75.1%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과 지난해 평생유병률을 비교해보면 자살생각(15.6%→15.4%), 자살계획(3.7%→3.0%), 자살시도(3.2%→2.4%)로 모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대학교 김성완 교수는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완치와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신건강문제를 편견 없이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정신보건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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