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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에서 이구(사진 왼쪽)와 줄리아(사진 오른쪽)의 모습. |
중앙일보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 이구의 전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러한 소식에 조선왕가의 마지막 여인 줄리아와 이구의 로맨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0년 방송된 MBC 스페셜 '줄리아의 마지막 편지'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한 건축회사에서 근무하던 줄리아는 MIT 공대 출신의 건축가 이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1959년 결혼하였으며, 1963년 영친왕 부부 귀국 시 함께 입국했다.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벽안의 세자빈’을 종친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종친들은 후사를 잇지 못했다는 이유로 줄리아와 이구에게 끊임없이 이혼을 종용했고, 두 사람은 74년 별거에 들어간 끝에 1982년 결국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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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줄리아(사진 왼쪽)가 영친왕(사진 가운데)· 영친왕비(사진 오른쪽)와 함께한 모습. |
이후 줄리아는 남편의 나라, 한국에 혼자 계속 머물며 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과 함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운영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1995년 미국 하와이로 돌아갔다.
이후 줄리아는 2000년 9월 일시 귀국했다. 77세의 고령에 중풍으로 한쪽 손까지 쓸 수 없게 된 그로서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한국 방문이었다.
한 달간 한국에 머물면서 그는 과거를 정리라도 하듯 추억의 장소를 찾았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무엇보다 소원했던 것은 ‘평생의 사랑’이었던 전 남편 이구와의 만남.
그러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그는 전 남편을 만나 직접 전해주고 싶었던 조선왕가의 유물과 한국의 근대사 주요 사진 450여점을 덕수궁 박물관에 기증하고 쓸쓸히 하와이로 돌아갔다.
줄리아는 떠나기 전 이구에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신이 만든 운명일까요. 평범한 미국 여인을 동양의 신사와 사랑에 빠지도록 한 것은. 그 사랑이 저를 조선왕가의 마지막 여인으로 만들었지요. 이제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당신에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편지를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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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함께한 영친왕(사진 왼쪽)· 영친왕비(사진 오른쪽) 부부와 아들 이구(사진 가운데)의 모습. |
2005년 줄리아는 다시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위해 CJ엔터테인먼트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머물던 줄리아는 이구가 일본의 한 호텔방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서 치러진 장례식에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했지만, 영결식 뒤 열린 노제를 지켜봤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줄리아는 "이구를 꼭 한번 다시 만나 ‘당신 (나와 헤어진) 그동안 행복했나요, 안 행복했나요?’라고 물어보는 게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었다”며 “여덟 살 아래인 이구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뉴스팀 han62@segye.com
사진=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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