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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3번째)이 문재인(맨 왼쪽), 고건 국무총리 지명자(왼쪽에서 두번째), 문희상 민주당 의원(맨 오른쪽)과 나란히 서서 새 정부의 운영방침을 밝히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문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에 각각 임명됐다. 연합뉴스 |
노무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인연과 틀어진 이유 등을 설명해 주목을 끌었다.
▲첫 만남서 "드물게 사심 없는 정치인이다 느낌"
1일 공개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에서 고 전 총리는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과 첫 만남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최연소 지사, 국무총리 2번, 서울시장 2번, 장관, 국회의원 등 현대 한국정치사 절반가량에 참여한 인물이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과 첫 만남을 "1998년 서울시장 민선2기에 출마할 당시,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를 만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인상적이었다. 그의 화법은 매우 담백했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드물게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실질적 내각인선권 주겠다, 단 한사람 빼고'라며 총리직 제의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총리를 제안하면서 '개혁대통령'을 위해선 '안정총리'가 필요하다 했고, 완강히 고사해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고 총리제의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해임제청권뿐만 아니라 실질적 내각인선까지 맡아서 해달라면서 다만 법무부 장관은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강금실 변호사였다"고 소개했다.
▲탄핵재판 63일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순간", 헌재 기각 후 장관 임명제청 거절하고 사표 내 사이 틀어져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절에 대해 '내 인생 가장 길었던 63일'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서 복귀한 날(2004년 5월14일) 청와대로 들어가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십시오'라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흘 후 새 장관들에 대해 임명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번 보냈고, 마지막에는 내 사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완전히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 "고건 임명은 실패한 인사"에 고건 "사실과 달라, 노 대통령 스스로 고립된 듯"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고건 총리가 양쪽을 다 끌어당기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며 고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여야를 아울러서 국정을 수행한 건 나다"며 반박했다.
그는 "내가 물러난 지 2년 후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을 때는 노 대통령 본인이 고립됐던 건 사실인가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고립된 거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나는 총리를 그만둔 지 몇 년 후 얘기다. 시계열에 대한 착각이 있었던 게 아닌가. 내가 총리일 땐 여·야·정 협의가 잘됐다고 기록이 남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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