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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일상의 공허함, 게임으로 푸는 중년들… 중독의 늪 빠지다

입력 : 2017-11-30 19:57:45 수정 : 2017-12-01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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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전유물 ‘옛말’ / 2016년 모바일게임 인구 1811만명 / 40대 이상 비율 무려 32% 차지 / 수천만원대 유료결제도 많아 / 스트레스 풀고 성취감에 시작 / 과몰입에 업무차질 빈번한데 성인치료기관 전국 5곳에 불과
A(43·여)씨는 지난 연말부터 모바일 게임에 푹 빠졌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 상의 ‘레벨’이 높아지고 게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이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날이 다반사고, 아이템을 사기 위해 유료결제를 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지난 1년간 게임을 하느라 쓴 돈만 해도 1억원 가까이 되고 보니 게임을 끊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A씨는 “게임을 하면서 다른 이용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만족감도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었다”며 “아이템을 유료로 사야 강해지고, 게임 순위를 지키려고 또 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이 철없는 젊은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큰 돈을 날리거나 직장 생활마저 엉망이 되는 40, 50대 중년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풀고,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성취욕 등을 가상 공간에서나마 해소하려는 중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게임을 젊은층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해 중년의 게임중독을 치료할 기구는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모(52)씨 역시 하루에 5시간 이상 게임을 할 정도로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이다 보니 PC게임보다는 남들의 눈을 피하는 데 용이한 모바일 게임을 주로 이용한다. 게임에 쓴 돈 만해도 약 4000만원이고 직장 업무에도 소홀해졌다.

이같은 사례들은 중년의 게임 이용자들이 늘면서 확산되고 있다. 3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게임 이용 인구는 1811만여 명 중 40대 이상이 32%였다. 한달 평균 모바일 게임 이용시간은 40대가 22.7시간으로 가장 이용시간이 긴 30대(25시간)의 뒤를 이었고, 50대 이상은 19.1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이용자들이 젊은층에 비해 두드러지는 건 경제력이 있다보니 유료결제 서비스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유료결제 경험 비율 40대가 27.5%, 50대 이상이 30%로 50%를 넘기도 하는 젊은층에 비해 떨어지지만 누적결제 금액으로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년층은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을 얻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40대 이상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0, 50대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71.1%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57.8%는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30.1%는 게임이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모바일 게임에 3000만원 정도를 썼다는 고모(49)씨는 “다른 이용자와 싸워서 이길 때 얻는 만족감이 정말 크다”며 “레벨이 높은 이용자 중 40대 이상이 많다. 돈을 많이 써서 레벨을 올리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년층의 게임 중독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관은 태부족이다. 성인 대상의 ‘게임 과몰입 치유기관’은 전국에 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덕성여대 최승원 심리학 교수는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무언가를 성취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스스로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느끼고 싶은 마음에 게임에 빠지는 중년들이 많다”며 “성인 대상의 게임 과몰입한 치료나 진단의 기회를 더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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