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가 살짝 오른 상태에서 유튜브 등에 올라온 ‘울음 참기’ 영상들을 보면 금세 눈물이 고인다. 가끔 슬픈 생각을 일부러 떠올리며 감정을 더 북받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한 번 울고 나면 감정을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살면서 슬픈 감정을 느끼거나 눈물을 흘릴 일이 없어졌다”며 “사람들이 웃긴 영상을 일부러 찾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물도 일종의 유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로드된 한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320만에 이를 정도로 인기였다. 이들 영상은 대부분 국내외 광고나 드라마, 영화 속 슬픈 장면, 방송 영상 등을 짜깁기해 5∼10분 남짓으로 재편집한 것들이다.
이들 영상을 보며 울음을 얼마나 참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도 부쩍 늘었다. 방송인 유병재씨가 최근 올린 ‘유병재 울음참기 챌린지’는 한 달 사이 200만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 같은 챌린지 영상은 유튜버와 개인방송BJ(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75개가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이런 감정 영상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감정 콘텐츠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는 대학생 이모(24·여)씨는“한 번 펑펑 울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울음 이외에 다른 감정 콘텐츠도 인기다. 유튜브에서 ‘웃음 참기’ 등으로 검색한 결과 관련 영상이 10만여개가 올라왔다. ‘사이다(속 시원한) 영상’과 ‘짜증 영상’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각각 8만여개씩 올라와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영상’도 4만6000여개나 올라와 있었다.
최근 울음이나 웃음 등 감정을 일부러 끌어올리려는 이 같은 모습은 그만큼 일상에서 감정을 드러낼 기회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상갓집에 가도 우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요즘의 현실”이라며 “최근 감동적인 내용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거의 없어진 데다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감정을 시시콜콜 드러내지 않는 게 사회적 덕목이 된 점도 갈수록 감정이 메말라지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도 “감정을 드러내는 게 ‘민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들을 개별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창수 기자 winte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