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판단된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 주석 특사 자격으로 오늘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이런 일환으로 여겨진다. 명목상으로는 최근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 결과를 설명하려는 것이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미·중 간에 조율된 북핵 해법을 담은 시 주석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쑹 부장 방북을 수용한 것 역시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두 달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3개 대북 대화 채널 가동을 언급했고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 중이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은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을 마치고 한반도 주변 해역을 떠났다. 새 북핵 해법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조만간 북핵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지,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지 기로에 선 형국이다.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기회를 열어나가야 할 때다. 북한은 과거처럼 시간을 끌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수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고 대화와 개방에 임해야 한다. 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