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관적으로 아무리 좋은 상황일지라도 그 상황에서 가장 부정적인 것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일에서 자신이 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남들에겐 빈번히 일어나는 행운이 자신에게는 절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리어 어딘가 잘못된 것은 없는지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또 조금만 허점이 보이면 마구 공격한다. 그저 무조건 반대하고, 심지어 비방까지 거침없이 한다. 그러다보니 오프라인 만남에서의 대화는 늘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게 된다. 온라인은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끔찍한 공간이 돼 불평불만자들의 감정 해소 공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이 그저 남 탓, 사회 탓, 주변 탓만 하면서 불만을 보이는 것은 트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 스칸디나비아 민속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은 동굴과 언덕에 살고 있는데, 사악한 거인을 비롯해 사람과 같은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일그러진 얼굴과 털로 덥인 몸에 못생긴 것이 특징이며, 물건이나 아이 또는 여자를 훔치고 사람을 괴롭히는 등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신화 속 종족이다. 이들은 인간에 대해 아무 이유 없이 불만을 품고 인간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존재이다. 이렇게 모든 것에 짜증 내고 불평하며,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것을 트롤 콤플렉스라 한다. 늘 불평만 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게 되고,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고립을 당하게 된다. 그럴수록 더욱 불만은 늘어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현 상황이나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불평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건전한 비판은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위한 불만이 아니라 사사건건, 필요 이상으로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 결국 트롤 콤플렉스가 자신의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인간은 말로 표현하고 나면 그 말에 따라 자신의 생각도 맞춰지게 된다. 계속 불만을 가지고 이를 말하게 되면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으로 굳어지게 된다.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면 할수록 더욱더 불만이 강화된다. 결국 강한 불만불평자, 괴물 같은 트롤이 돼 버린다. 또한 불평을 듣게 되는 주변 사람에게 이런 부정적 감정이 전이된다. 상대가 쏟아내는 불평이 각자의 분함과 억울함을 자극하게 됨으로써 집단 전염성이 일어난다.
무심코 내뱉는 한 개인의 불평이 결국 그 집단 전체를 전염시킬 수 있다. 그러나 트롤이 우글거리는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리고 좀더 인내하는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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