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지금이야 라면이 누구나 즐겨 먹는 기호식품 중 하나지만, 과거 1960년대 라면은 배고픔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싼값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맛은 어떠한가? 소설가 김훈은 “이 배고픈 시절에 나타난 라면의 맛은 경이로운 행복감을 싼값으로 대량 공급했다. 그 맛의 놀라움은 장님의 눈뜸과도 같았고 불의 발견과 맞먹을 만했다”고 표현할 만큼 라면을 극찬했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라면은 무엇일까? 삼양식품이 1963년 처음으로 출시해 55년이 넘는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는 ‘삼양라면’이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 전중윤 회장은 당시의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묘조식품에서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탄생시켰다. 이 제품은 빨간색 봉지에 100의 면과 닭고기 수프가 들어있었다. 가격은 10원. 자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음식에 속했다. 최초의 삼양라면은 닭고기 육수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인 입맛에 더 맞는 순한 맛이었다. 하지만 마늘과 고춧가루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전중윤 회장은 한국식 수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72년의 기록을 보면 당시 삼양라면의 매출액은 141억원으로 국내 재계 순위 23위를 차지했다. 당시 소비자 가격이 22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7억개가 팔린 셈이다.
그동안 삼양라면은 한국 라면 시장의 역사와 함께하며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미묘하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우지파동이 끝난 1994년부터는 우지가 아닌 팜유를 사용해서 라면을 튀기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삼양라면에 들어가는 햄 플레이크가 빠졌고, 2006년에는 정부 정책으로 MSG와 나트륨 함량을 줄여 덜 자극적인 맛으로 바뀌기도 했다.
2016년에는 햄 맛을 강화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햄 플레이크를 추가하는 등 현재의 삼양라면 맛으로 리뉴얼했다.
올 8월에는 ‘삼양라면 매운맛(사진)’을 출시했다. 삼양라면 매운맛은 기존 오리지널의 순한 느낌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매운맛을 강조해 얼큰한 라면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