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들르는 서울의 한 시장은 영 딴판이다. 전체 점포의 절반가량은 문을 닫아 흉물처럼 방치됐다. 지하철 역이 바로 연결되고,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가 즐비하며, 인근에 대형마트나 대형슈퍼마켓(SSM)도 없지만 이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최근에는 시장 주변 도로에 구청이 주차단속 카메라를 꼼꼼히 설치해 손님은 더 줄었다. 전통시장의 매출과 고객 증가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게 주차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통시장의 주차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을)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은 73%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주차장 설치·개량 지원 실적이 더 줄고 있다. 2017년 예산은 2016년에 비해 9억원 감소했다.
고객편의·부대시설도 태부족이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원주을)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전통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업체는 전체의 61.8%에 그친다. 유아놀이방은 전체 전통시장 중 6%, 수유시설 6.2%, 종합콜센터 6.9%, 고객휴게실 17.7%만이 구비되어 있다. 대형마트와 맞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골목상권을 지켜낼 지가 의문이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
중기부는 전통시장의 자영업자부터 스타트업(초기 벤처)·벤처·중소·중견기업까지 우리나라 경제 주체 대부분을 살펴야 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중기부는 또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의 선봉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후보자의 한계다. 이런 우려를 아는지 홍종학 후보자 스스로도 25일 밝힌 소감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고 담금질하겠다”고 했다. 달리 보면 캠프 출신 이른바 ‘실세’가 수장이 되었으니, 중기부의 정책 입안이나 입법에 힘이 실릴 것이다. 창업과 스마트공장 확산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일이다. 후보자는 전국의 시장부터 꼼꼼히 돌아보기 바란다. 전통시장은 선거 때 정치인이 사진이나 찍으러 오라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시장은 이 나라 서민의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자, 삶의 애환이 담긴 터전이다.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완비된 공간이라면 금상첨화다. 찾는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면 안 된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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