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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20년-시민에서 답을 찾다]“사내 인사고과 공정” 20%뿐“소통 원만” 10명 중 4명 그쳐

입력 : 2017-10-25 19:14:00 수정 : 2017-10-25 2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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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왕따·성희롱·폭언 경험”/“비민주적 직장문화 팽배 여전/ 기업경쟁력 약화시켜” 지적
대기업 A차장 동료들은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얼마 전 A차장이 간경화 치료를 위해 병가 내는 걸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평소 많은 업무량과 잦은 야근에 힘겨워하던 A차장은 B팀장이 주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건강이 악화했다. 팀 회의 때 A차장이 보고하면 B팀장은 대놓고 잘못을 질책하는 등 평소 압박감이 컸다는 것. 동료 C씨는 “A차장이 많은 수술비를 들여 간이식을 했다고 들었는데 건강과 비용 문제 모두 피해 당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많은 직장인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힘겨워하고 있다.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상명하달 식 위계구조, 각박해진 동료의식과 불신 등 비민주적인 직장문화가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세계일보가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20∼50대 직장인 6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25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승진과 보직 등을 위한 인사고과가 업무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10명 중 2명(18.8%)이었다. 반면 ‘공정하지 않다’는 답변(49.1%)이 절반가량이었고, ‘보통이다’(32.1%)가 뒤를 이었다. 

사내 의사소통이 직급과 무관하게 자유롭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가 중시된다고 답변한 비율도 각각 39.4%와 43.0%에 그쳤다. 이처럼 회사 내 ‘불통문화’는 내부 갈등과 문제 발생 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상사와의 지속적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답변은 34.4%에 불과했다.

반면에 ‘상사와의 갈등 자체를 되도록 피한다’(27.9%)거나 ‘상사를 만족시키려고 최대한 양보한다’(21.6%), ‘부서 이전이나 퇴사를 고민한다’(12.1%) 등의 답변이 많았다. 또 사내 폭력실태와 관련해 ‘따돌림과 폭언, 인격모독, 성희롱 등을 당해봤다’(가끔 33.0%, 빈번하게 8.9%)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41.9%)에 달했다. 이 같은 직장문화 병폐는 생애 전 단계에 상호 존중과 배려, 자율과 책임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교육이 빈약한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학을 포함한 학창시절에 민주시민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7%가 ‘없다’고 답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전상길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산업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에 직원들의 역량 발휘를 가로막는 관료적 갑질문화 등이 여전한 게 문제”라며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직원들이 자율과 책임을 무겁게 느끼는 민주적 가치가 뿌리내려야 기업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노사관계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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