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직장인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힘겨워하고 있다.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상명하달 식 위계구조, 각박해진 동료의식과 불신 등 비민주적인 직장문화가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세계일보가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20∼50대 직장인 6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25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승진과 보직 등을 위한 인사고과가 업무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10명 중 2명(18.8%)이었다. 반면 ‘공정하지 않다’는 답변(49.1%)이 절반가량이었고, ‘보통이다’(32.1%)가 뒤를 이었다.

사내 의사소통이 직급과 무관하게 자유롭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가 중시된다고 답변한 비율도 각각 39.4%와 43.0%에 그쳤다. 이처럼 회사 내 ‘불통문화’는 내부 갈등과 문제 발생 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상사와의 지속적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답변은 34.4%에 불과했다.
반면에 ‘상사와의 갈등 자체를 되도록 피한다’(27.9%)거나 ‘상사를 만족시키려고 최대한 양보한다’(21.6%), ‘부서 이전이나 퇴사를 고민한다’(12.1%) 등의 답변이 많았다. 또 사내 폭력실태와 관련해 ‘따돌림과 폭언, 인격모독, 성희롱 등을 당해봤다’(가끔 33.0%, 빈번하게 8.9%)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41.9%)에 달했다. 이 같은 직장문화 병폐는 생애 전 단계에 상호 존중과 배려, 자율과 책임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교육이 빈약한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학을 포함한 학창시절에 민주시민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7%가 ‘없다’고 답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전상길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산업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에 직원들의 역량 발휘를 가로막는 관료적 갑질문화 등이 여전한 게 문제”라며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직원들이 자율과 책임을 무겁게 느끼는 민주적 가치가 뿌리내려야 기업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노사관계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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