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가수 최시원(30)씨 가족의 개에게 정강이를 물렸다가 끝내 숨지면서 개 물림이나 고양이 할큄 등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에서 주인의 민형사상 책임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판례에서는 주인이나 피해자 가운데 누가 주의 의무 태만이 뚜렷한지에 따라 법적 책임 소재가 갈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사고의 피해자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주인을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하면 대개 주인이 약식 기소되고 벌금 100만~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는다. 형법상 과실치상죄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면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도 없지 않다. 기르던 고양이가 행인의 다리를 발톱으로 할퀴어 전치 2주의 부상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B씨는 2008년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형을 확정받았다. B씨는 “고양이를 우리에 가두거나 목줄로 묶어 관리해야 할 주의 의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반대로 피해자의 주의 의무 태만이 명백하면 반려동물 주인이 무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올해 5월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구창모)가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C(56)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D(52·여)씨는 지난해 2월 인도와 상점 사이 완충녹지를 가로질러 걷다가 C씨가 완충녹지에서 기르던 개가 바짓단을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넘어져 꼬리뼈가 골절되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해당 완충녹지는 C씨의 사유지였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길은 통행 자유권이 인정되는 일반 공중의 통로로 보기 어렵다”며 “당시 개 목줄이 길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사고는 길을 잘못 들어 개에게 부주의하게 가까이 접근한 D씨의 실수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수의사 출신인 이형찬 변호사는 “반려동물 관련 사고는 큰 개가 작은 개를 공격하고 작은 개의 주인이 이를 말리다가 큰 개에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나 고양이 등이 목줄에 묶여 있는 상태인데, 피해자가 이를 주의하지 않고 접근해 사고가 일어났다면 반려동물 주인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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