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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비장애 공간 지우개] (18) '발달장애인 자녀 남에게 들킬까' 스트레스 받는 부모

입력 : 2017-10-17 10:00:00 수정 : 2017-10-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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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 대한 연구를 보면 비장애 자녀 부모와 비교하여 심리적·신체적으로 양육 스트레스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또한 과잉행동 및 발달지연 등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일반적인 장애인 부모보다 더 많은 양육 스트레스가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자녀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 장애의 어려움이 깊을수록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이가 삶이라는 테두리에서 여러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이처럼 당연한 일인 만큼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를 스스로 잘 풀어가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받는 스트레스

필자가 운영하는 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주 1회씩 진행하고 있다. 이 모임의 목적은 발달장애인 부모의 다양한 어려움을 당사자들이 교감하고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찾아가려는데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인이나 친척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알리길 두려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출산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탓하는 이들이 많고, 자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인이나 친척들이 가질 것 같다는 우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자폐성향을 보이는 3세 아이를 두고 있으나 아직 나이가 어려 장애등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시부모에게는 아이가 또래와 비교하여 ‘다르다’고 알렸고, 시부모는 입을 모아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독려해줬다고 한다. 덕분에 여러 방법을 찾아 적극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가운데 명절이 되어 친척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시부모가 아이와 함께하기를 꺼리고 다른 손자를 더 예뻐하는 모습에 섭섭함이 컸다는 게 이 어머니의 전언이다. ‘그럴 수 있다’고 자위하기도 했으나 이후부터 친척뿐 아니라 다른 지인에게까지 자녀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다른 어머니가 자조모임에서 털어놓은 스트레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어머니는 아이가 장애진단을 받고 나서 여러 관련 서적을 사들였다고 한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날마다 자녀를 위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모든 책들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집을 찾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녀의 부족한 부분을 친구들이 알아차릴까 불안했다는 게 이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물론 자녀를 위한 책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놓았다고 한다.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도 스트레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첫번째는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한 채 치료를 통해 비장애와 같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기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적잖다. 적극 치료하면 장애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장애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녀가 가지는 어려움에 도움을 주자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는 편이 낫다. 아무리 많은 자극을 주더라도 자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간이 길수록 부모의 스트레스는 커질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기대나 희망을 버리는 게 아니다. 자녀가 겪는 어려움 대해 그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자녀에게 받는 스트레스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고 난 뒤에도 자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2가지이다. 한가지는 지적 능력이 낮아 학습과 행동, 말이 보통의 또래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여기서 ‘느림’은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자녀의 느림을 보고 체감하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 중인 센터에서 교육받는 한 지적장애인 친구는 진공청소기 사용법을 배우고 능숙해지는 훈련을 받고 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연습을 한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기 어려운 점이다. 한 친구는 형광등을 끄는 행동을 좋아한다. 집뿐만 아니라 이외의 공간에서도 형광등을 끄려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가 집에서뿐만 아니라 형광등이 있는 모든 장소에서 수백번씩 키고 끄는 행동을 반복하는 상황을 그려보자. 독자들의 자녀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배우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발달장애인 가족 중에는 원활한 역할 나눔이 어려운 가정이 종종 있다.

보통 어머니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자녀의 치료를 위해 돌아다녀 가사일을 도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로 받는 스트레스 등으로 자녀를 부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아버지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녀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지 못한 채 어머니만 부담하면서 스트레스를 키우는 가정을 목격하곤 한다.


◆참는 것은 답이 아니다···활발한 신체활동과 나눔으로 대처하길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의 일반적인 해결 방법은 참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참으면서 이겨내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스트레스는 참는 게 해결방법이 절대 아니다. 참는 것은 단지 그 순간을 넘기는 것일 뿐 답이 되지 않으며, 언젠가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급하게 행동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오해를 하는 실수도 많이 저지른다. 그런 오해로 인해 작고 사소한 일에도 상대방에서 쉽게 화를 내는 일이 잦다. 독자들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필자가 권하는 첫번째 방법은 활발한 신체활동이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일수록 신체활동이 적고 활동적이지 못한 이가 많다. 여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방법은 '나눔'이다. 스트레스를 나누는 것이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이렇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풀릴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스트레스는 당장 해결하려고만 들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고백함으로써 풀어가는 게 좋다.


김태연 고양온시디움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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