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조선중앙TV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한국 매체 영상물과 보도사진 등을 총 133회 인용했다. 주로 박근혜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촛불시위 관련 영상과 내용이 다수다.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대내외 매체가 한국 뉴스 영상물 등을 사용한 대가로 지급한 저작권료는 없다.

반면 국내 방송사는 북한 영상·출판 사용과 관련해 저작권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2005년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로부터 대행 권한을 받아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통일부가 정양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와 출판사 등은 조선중앙TV 영상을 비롯한 출판·영상물 사용료로 2005년 2억40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억9508만원, 올해 9105만원 등 총 22억5206만7321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2005∼2008년 북한 당국에 전달된 액수는 약 8억원이다. 나머지 14억6000만원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5·24 대북 제재에 따라 현금 거래가 중단되면서 법원에 공탁됐다. 법원에 공탁된 저작권료 가운데 10억2000만원이 국내 방송사가 낸 돈이다.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JTBC, 채널A, MBN은 연간 2000만원(각 부가세 별도)을 북한 영상물 사용료로 내고 있다. 뉴스전문채널인 YTN은 월 110만원, 연합뉴스TV는 월 100만원씩 낸다. KBS·MBC·SBS 지상파 3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나 상당액을 부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경문협과 북한 당국 간 저작권 교류 합의는 그전에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이중계약·계약 불이행 등의 문제 소지가 방지되고 저작권 교류의 투명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다만 북한의 저작권만 보호받는 현재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간 저작권 보호 문제는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할 일”이라며 “당국 간 협의·협상을 통해 우리 쪽 저작권은 침해받고 북한의 저작권만 보호받는 현재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불공평한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는 남북 저작권 합의의 기형적 구조 탓이다. 현재의 남북 저작권 교류는 ‘북측 저작물의 남측 사용’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북한 측이 한국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의 절차와 권리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남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남북기본합의서 교류·협력 부속합의서(1992년) 제9조5항은 남북한 쌍방 합의에 따라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 권리 보호 조처를 해야 함을 명문화했으나 후속 합의는 없었다.
북한은 2004년 6월 저작권 사업 총괄 기구인 저작권사무국의 내각 신설을 계기로 저작권 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저작권사무국 명의로 경문협을 통해 “저작권자의 승인과 저작권사무국의 공증확인서가 없는 한 남한 내 북한 저작권 이용은 저작권 침해”라는 입장을 통일부에 보내왔다. 북한과의 저작권 계약은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인 경문협이 나서 2005년 12월 북측의 저작권사무국·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저작물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남북 저작권 문제는 이제 민간단체와 북한 당국이 아닌 남북 당국 간 협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 의원은 “남북한 모두 저작권 보호의 국제적·보편적 규범이자 기준인 베른협약에 가입되어 있는데 우리만 대북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에는 상계 방식으로 처리하든지 경문협의 징수 중단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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