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추석 선물, 어디까지 해야 하나요?"…'명절 인맥관리'에 지친 직장인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0-03 15:34:19 수정 : 2017-10-03 16:09:15

인쇄 메일 url 공유 - +

‘명절용 인맥관리’ 부담감 느끼는 직장인들 / “고마움의 표시” VS “불필요한 허례허식” / 명절도 직장생활 연장선상으로 보기 때문 / “가벼운 선물 보내 고마움 충분히 전해”
#1. 올해 초 한 건설사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박모(27)씨는 추석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들어본 적만 있던 추석선물 세트를 지난주 바로 위 직장 선배와 팀장, 과장, 거래처로부터 연달아 받고나서다. 내심 ‘아차’ 싶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거나 보내야한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던 터. 박씨는 “이제서 선물세트를 보내기도 늦었다”며 “문자메시지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보낼 만한 선물을 물색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 직장인 최모(26·여)씨는 직장 상사를 비롯해 거래처 관계자들의 주소를 챙겨 추석선물을 일찌감치 준비했다. 고민 끝에 고른 건 와인. 사는 데만 50만원가량 들었다. “상사에게 반드시 추석선물을 하라”는 부모님의 신신당부 때문이었다. 비록 작은 선물이더라도 분명 기특하게 볼 것이란 게 부모님 생각이었다. 최씨는 “선물을 고르는 것부터 어디까지 보내야 할 지 등 고민할 게 한두 개가 아니더라”라며 “사회생활의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은 알지만 스트레스가 컸다”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명절용 인맥관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직장 새내기들 중에선 갑자기 늘어난 인간관계를 버거워하거나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선물 문화에 어색해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명절에 선물을 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문화를 두고 ‘고마움의 표시’란 시선과 ‘불필요한 허례허식’이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은 데에는 추석선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한몫한다. 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의 올해 추석 예상 경비는 평균 48만4000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40만3000원보다 1.2배 늘어난 수준이다. 2014년(33만6000원)보다는 15만원가량 높아졌다.

이중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부모님 용돈(64.1%), 부모님과 지인 등 선물(39.3%)이었고, 정작 귀성 교통비(25.3%)나 차례 상차림 비용(18%), 추석빔(6.7%)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날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석선물’, ‘선물세트’를 검색해보니 3만∼5만원선 선물세트의 구매평이 많았지만, 10만∼30만원선의 비교적 고가의 제품들의 인기도 상당했다.

6년차 직장인 김호중(35)씨는 “5만원짜리 선물을 10명에게만 보낸다고 해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결혼식 축의금처럼 ‘쓴 만큼 언젠가 돌아올 것’이란 생각으로 지출을 늘린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명절선물 준비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그것이 관례처럼 자리잡은 문화이기도 하지만, 내심 ‘고마움을 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사의 눈 밖에 나거나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도 직장생활의 연장선상으로 여기는 기성세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상사나 동료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6월 한 취업포털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직장 상사(29%)와 원만하지 않은 직장 내 인간관계(20%), 과도한 업무량(19%) 등 순이었다.

‘혼술’, ‘혼밥’ 등 최근 두드러진 ‘혼자 문화’에서 볼 수 있듯 인맥의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깊은 관계를 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점 등에 비춰 이같은 명절 피로감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앞서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추석인사나 선물과 관련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랐다.

대인관계 강의를 하고 있는 정모 강사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기성세대의 문화를 젊은 층에서 무리하게 따라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담감”이라면서도 “명절에나마 서로 간 안부를 묻는 것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면 명절 인사나 선물을 아예 ‘일’처럼 생각해 준비하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면 비싼 선물보다는 캘리그라피나 직접 쓴 편지, 도서 등 가벼운 선물을 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