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추석 체감경가-하]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은 추석 상차림 '막막'

입력 : 2017-10-03 11:00:00 수정 : 2017-10-03 11: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추석 '황금 연휴'가 본격 시작됐지만 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연휴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여행객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남들처럼 쉬지 못하거나 설령 쉬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들도 적잖은 탓이다.

경기 회복세의 온기가 취약계층에까지 확산하지 않고, 장바구니의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쌀쌀하다.

실제 올여름 폭염이나 폭우 등 기상 이변 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추석 명절을 맞은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주부 E씨는 "예년보다 물가가 더 올랐다고는 하던데 과일과 채소가 특히 많이 오른 것 같다"며 "과일을 자주 사 먹는데 확실히 물가가 오른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예전보다 1000~2000원씩은 더 오른 것 같다는 게 E씨의 어림짐작이다.

◆기상이변으로 장바구니물가 껑충…시민들 시름 깊어져

올해는 빈번한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출하량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출하량 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차례상에 오르는 품목들의 가격 부담도 높아졌다.

한국은행의 8월 생산자물가 기준 전월 대비 농산물의 상승률은 14.2%로, 2010년 9월(18.8%)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배추가  55.3% 올랐고, 토마토(102.1%)와 피망(190.9%) 등의 가격 부담도 치솟았다. 상추와 무도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70.4%, 27.2% 올랐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돼지고기(16.6%) △달걀(51.0%) △오리고기(46.2%) △냉동오징어(104.5%) △물오징어(63.4%) △조기(55.6%) △가자미(42.5%) 등의 가격이 상승해 여전히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하자 시민들의 씀씀이도 줄어들고 있다. 명절을 맞아 새로 김치를 담가 가족을 맞이하려다가 주저하기도 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의 양을 줄이기로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채소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소연한 F씨는 "특히 배추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추석을 맞아 배추김치를 새로 담아서 내놓으려고 했는데 비싸서 그냥 김치냉장고에 묵혀둔 것으로 내놓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집에서 생각하고 나온 가격과 직접 시장에 와서 느끼는 가격은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주부 G씨도 고기와 채소 등의 가격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차례상을 차릴 때 조금씩만 하려 한다"며 "많이 안 하고 필요한 만큼만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韓 식품물가 상승률,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아

서민경기의 실종은 가계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데서도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명목소득(화폐소득)의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은 가운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현실이다.

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가계소득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월평균 423만1827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0% 줄었다. 7분기 연속 감소세다.

실제로 서민들의 실생활과 관련 깊은 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5년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8월의 신선식품 지수는 18.3% 상승, 6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이 나란히 작년보다 22.8% 상승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기상 이변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훨씬 높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아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한 생활물가가 많이 올라 가계에 부담되고 있다"며 "추석연휴가 끝나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