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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1·21사태 소나무’ 영어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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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6 10:28:22 수정 : 2017-10-06 1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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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뒤 북악산 ‘1·21사태 소나무’ 엉터리 영어번역 바로잡아야
1·21사태를 한국군과 경찰간 내전으로 소개한 졸렬한 비문
외국인 탐방객 많은데도 불구 2007년 개방이후 수정하지 않아
청와대 뒷산의 둘레길은 역사의 현장이다. 북악산의 가파른 형세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침투한 김신조 부대와 우리 군경사이에 벌어졌던 총격전 흔적이 남아있다. 산정상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는 서울성곽의 돌모양새는 적의 침략에 대비한 민관의 태세를 역사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 곳은 노무현 대통령때 개방된이후 외국인들이 꼭 탐방하는 “서울 추천 유적지”에 포함됐다. 주중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북악스카이웨이와 함께 굽이치듯 이어지는 청와대 뒷산의 성곽길을 방문한다. 하지만 정상부에 있는 ‘1·21사태 소나무’에 대한 영어안내문을 읽는 외국인들은 깜짝 놀라거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January 21st 1968, there was a severe gun fight with our army and police when 30 armed soldiers including Kim Sin-Jo of 124 squad of North Korea came down to attack the Bluehouse(Cheongwadae). At that time this 200-year-old pine tree received 15 gun shots. From that time on, this tree has been called 1.21 Incident Pine Tree.

(1968년 1월 21일 우리군과 경찰간 심각한 총격전이 있었다. 북한 124부대의 김신조를 포함한 무장군인 30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내려왔을 때였다. 당시 이 200년된 소나무는 15발의 총탄을 받았다. 이때부터 이 나무는 1·21사태소나무로 불린다.)

이 영어 안내문을 보면 한국군과 경찰간 총격전으로 벌인 것으로 오해를 하게 된다. ‘우리 군경’을 ‘our army and police’라고 번역하다 보니 어이없이 내전을 벌인 것처럼 됐다. 전치사 ‘On’이 January 21st 앞에서 빠져있는 등 졸렬하기 짝이 없는 비문이다. 또 당시 침투했던 북한군은 김신조를 포함해 31명이었는데 사실조차 틀렸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한국문화재단 등 3개 정부기관이 이름을 내건 영어안내문인데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다음과 같이 침투목적 등 최소한 설명을 포함한 정상적인 영어 문장으로 표현해주어야 외국인들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On January 21st, 1968 there was an intense firefight between ROK forces and 31 heavily armed commandos(including Kim Sin-Jo) of the 124th Unit of the North Korean Army. The squad infiltrated past the DMZ in oder to attack the Blue House and assasinate President Park Chung-Hee. After the fight 15 bullets were found embedded in then 200 year old pine tree. Since then this tree has been referred to as the 1.21 Incident Pine Tree.

다음은 영어안내문 옆에 붙어있는 한글안내문이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군부대 김신조 등 31명은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하여, 현 청운실버타운(청운동) 앞에서 경찰과 교전 후 북악산 및 인왕산지역으로 도주하였다. 당시 우리 군경과 치열한 교전중 현 소나무에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게 되었고, 이후 이 소나무를 1·21사태 소나무라 부르고 있다.

무장공비 일당은 당시 청와대 및 주변시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침투간 아군복장과 민간복 착용, 취객으로 위장하는 등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도발을 자행하였다.

1월 21일 교전후 14일간 작전결과 침투한 31명중 1명 도주, 29명 사살, 1명 생포(김신조)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향토예비군이 창설(’68.4.1)되었다.”

추석연휴때 서울성곽의 북악산 코스를 걸으면서 한반도의 역사를 기려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해석한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떠올리면서.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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