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BO리그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바로 지난 17일 대구 삼성-두산전에서 벌어진 삼성 박해민과 두산 더스틴 니퍼트 사이의 신경전이다. 삼성이 1-14로 크게 뒤진 3회 1루 주자이던 박해민이 도루를 하자 마운드에 있던 니퍼트가 박해민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해민이 5회 타석에서 니퍼트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박해민의 도루가 왜 불문율 위반인가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큰 점수 차라고 해도 지는 팀이 도루나 번트를 하는 것은 관례적으로 묵인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원래 1루 주자가 있을 때 1루수는 베이스를 지키지만 두산은 3회 1루수가 베이스를 비웠다. 일반적으로 도루를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겠다는 수비전술이다.
박해민은 이 점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삼성이 먼저 주자견제를 포기하는 수비에 들어가며 ‘수건을 던졌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두산이 화답한 것이다. 여기서 박해민이 도루를 감행하자 두산 입장에서는 삼성이 수건 던져놓고 주먹을 날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신경전으로 마무리됐지만 많은 경우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진다. 불문율을 어기면 빈볼로 응징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는 탓이다.
여기에 더해 불문율의 기준도 논쟁거리다. 대표적인 것이 ‘큰 점수 차’다. 이전에는 이닝에 상관없이 5∼6점 이상 벌어지면 불문율이 가동됐다. 하지만 최근 9회에도 6점이 뒤집어지고 한 이닝에 10점씩 쏟아지는 등 ‘타고투저’에 따라 6점 정도 앞서는 팀이 5회 이전에는 번트나 도루를 해도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쨌건 불문율은 태생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매너’일 뿐이다. 영화 킹스맨의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는 유명한 대사처럼 모두가 그라운드 안의 신사가 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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