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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 “경찰노조 설립은 곧 더 나은 치안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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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7 10:31:32 수정 : 2017-09-17 10: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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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이후 경찰이 급속도로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성과주의와 보여주기식 이벤트,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광화문 광장에서 쇼하는 것은 경찰의 모습이 아니다.”

순경으로 입직해 경찰서장을 두 차례 지낸 뒤 2013년 명예퇴직한 장신중(63) 경찰인권센터장은 ‘현시점에서 경찰개혁이 화두로 등장한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9일 만난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경찰 혁신’과 ‘더 나은 치안’을 위해선 경찰도 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위주의 시절 경찰은 독재자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돼 왔지만 지금은 민주화됐다. 그런데도 민주경찰로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다시는 경찰이 정치편향적이고 시민을 도외시하는 조직이 되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섰다.”

지난 9일 강원 강릉 명주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은퇴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경찰개혁 의지는 현역 못지 않게 강하다. 2015년 말엔 30년 경찰 인생을 돌아보며 경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책 ‘경찰의 민낯’(좋은땅)을 작심하고 펴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경찰인권센터’를 열어 후배 경찰관들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1982년 순경 공채로 입직한 장 센터장은 30년간 경찰에 몸담으며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과 충북경찰청 홍보담당관, 강릉·양구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경찰노조’ 설립, 경찰의 탈정치화를 위한 해결책”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경찰청 내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의 날’인 다음 달 21일에 맞춰 종합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경찰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 센터장은 ‘경찰노조’ 설립이야말로 경찰의 정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장을 정권이 임명하는 현 구조에서는 경찰이 정권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 정치경찰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다.”

반드시 노조가 있어야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냐는 물음에 장 센터장은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기관에서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단체가 없으면 누구도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개인이 비판적 의견을 내면 자기 신상을 보호받을 수 없다.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상 털고 쫓아내면 그만이다. 비판하면 파면당하고 법적 다툼 끝에 결과가 뒤집혀 3년 뒤에 돌아오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가 정치편향적일 수도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하자 장 센터장도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민간기업 노조에 한해서였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국가공무원법이 그렇게 못 박고 있다. 해당 규정을 없애면 모를까 경찰노조가 정치 중립성을 잃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찰노조 설립 주장이 하루 이틀 나온 건 아니다. 그러나 쉽게 설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사를 하는 공무원은 노조 설립을 할 수 없다”고 국가공무원법이 못 박고 있을 뿐 아니라, 과연 국민이 경찰노조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센터장은 경찰 인권 향상이 곧 치안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노조 설립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법은 고치면 된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치안이 유지되는 것이 정상인가. 조직 내 문제점을 지적한 이유로 신상에 위협을 받는 걸 막자는 것이다. 경찰관이 조직 내에서 존중받는다면 그만큼 더 시민을 존중할 것이고 더 나은 치안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비번이라고 출근을 안 해?”

순경부터 총경까지 7개 계급을 두루 거쳐 지역 경찰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 센터장은 경찰관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노조 설립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무일지 짜놓은 걸 보라. 하루 14∼15시간 내내 근무시킨다. 경찰은 순찰과 적발까지 한다. 지구대·파출소에 하루만 가서 밤을 새워보라. 타인에게 멱살 잡히고 신고 출동 쫓아다니면서 하루만 밤새워보라. 그걸 평생 한다고 생각해보라. 몸에 무리가 안 갈 수 없다.”

노조가 없으면 왜 개선하기 어려운 것이냐고 짐짓 ‘딴죽’을 걸어보았다. 이에 “독재 정권부터 전해 내려오는 내부 관행인 듯 한데 (상관들은) 부하가 잠시라도 앉아있는 꼴을 못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장이든 과장이든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가서 소장이나 지구대장을 찾는다. 비번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사무실을 안 나오냐’며 화를 내는 경우가 지금도 수두룩하다. 교육받으러 가면 사람 없는데 왜 가냐고 짜증 내고. 팀별 야간 근무자는 정원을 다 채워주지도 않으니 매번 다른 팀 인원이 ‘땜빵’ 근무를 하기 일쑤다.”

경찰서에 직원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도 있던데 인력을 재배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장 센터장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느 기관이든 ‘업무 배증의 법칙’, ‘부하 배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부서 하나 만들어놓으면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든다. 다시 사람이 모자라게 된다. 해결이 안 된다.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으려면 결국 노조 설립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쑤시개 들고 대기하고, 칫솔에 치약 짜 대기하고”

장 센터장은 경찰서장 재직 당시 관용차를 직접 운전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기관장답지 못하다’는 게 이유였다. “계급은 특권이 아닌 개인의 업무 범위와 역할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라는 그는 조직 내 갑질 문화에 대해 지적을 할 때는 어느 때보다 힘주어 말했다.

“과거 강신명 경찰청장 시절 청장의 강릉경찰서 초도방문 계획서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기억이 난다. 직원들과 악수한 뒤 손 닦을 수 있게 누군가 물수건 들고 대기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더라. 일선 직원들 손이 더럽다는 건가. 이게 다가 아니다. 식사 후 사용하라고 이쑤시개 들고 대기하게 하고, 칫솔에 치약까지 짜서 대기하고 있게 하고. 한 전직 경찰청 차장은 화장실에서 손 씻고 물기 닦을 휴지 들고 있게 하지 않았나.”

일반 행정기관도 노조가 생긴 후 악습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한 장 센터장은 경찰노조가 조직문화 개선에 틀림없이 기여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끝으로 경찰노조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어필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현장 경찰관 각자의 인권이 보장받게 되면 그만큼 국민 권익을 위해서도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닌, 자발적으로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시민의 인권을 보살피고 치안을 제대로 챙기는 긍정적 역할을 할 거라 확신한다. 예쁘게 봐 달라.”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1954년 9월 강원 강릉 출생△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 입문△2011년 1월∼12월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2011년 12월∼2013년 4월 강원 강릉경찰서장△2013년 4월∼2013년 7월 충북경찰청 홍보담당관△2013년 7월∼2013년 10월 강원 양구경찰서장△2013년 10월31일 명예퇴직△저서 ‘경찰의 민낯’(2015) 

강릉=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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