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는 증강현실(AR)에 초점을 맞춘 AR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스마트폰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이폰X의 스펙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을 능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포켓몬고'를 통해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아직도 새로운 AR이라는 지평선을 손 안으로 들여온 점은 이번에 애플이 제시한 혁신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AR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응용소프트웨어는 물론 AR을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대거 구축하거나 협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AR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물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난제가 산적해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에 AR이 적용된다면
이날 애플이 발표장에서 내놓은 데모에서는 두 가지 적용 사례가 나왔다. 실제 생활에서 공룡 등 있을 수 없는 그래픽을 실제 사진에 넣는 것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게임에 적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야구와 축구, 골프 등 스포츠분야에 적용 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손쉬운 이해를 돕는 각종 통계 및 그래픽과 새로운 흥밋거리가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구와 소품, 가전 등의 내구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생활용품을 집안에 가상으로 설치해볼 수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교육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대중화될 경우 사용자의 소비행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R분야에서 애플을 능가하는 강자가 많은데…
AR분야는 애플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IT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세계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당장 애플 아이폰X가 넘어야 할 라이벌이다. 홀로렌즈의 경우 헤드셋을 착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AR분야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텔과 퀄컴, 페이스북, 엠파이어테크놀로지, 매직리프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도 AR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애플에 못지않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AR분야의 본격적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X가 AR시대를 열게 될 경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이 험난한 AR시장 개척에 나선 이유는
애플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R에 중점을 둔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은 가상세계와의 인터베이스로서 스마트폰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전 세계적인 포켓몬고 열풍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가상현실(VR)과는 달리 별도의 헤드셋이 필요 없는 AR에 소비자들이 더 열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앱 투자은행 디지캐피탈은 모바일 AR 단말 사용자 수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내년에는 모바일 VR 단말 사용자 수를 추월해 2021년에는 4600만명까지 늘어나고 시장 매출 규모는 2021년 약 820억달러(9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사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케이티 허버티는 "AR은 스마트폰의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차세대 유망 산업)"이라며 "AR이 애플의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매출을 향후 3년간 90억 달러(10조1000억원)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이처럼 확대되는 AR시장을 겨냥해 아이폰X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과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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