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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학살’ 피해 엑소더스… 위기의 로힝야족

입력 : 2017-09-03 19:42:29 수정 : 2017-09-03 19: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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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 반군단체 테러 진압 빌미/ 마을 불 지르고 양민 무차별 사살/ 일주일간 6만여명 방글라로 피란길/ 방글라 “난민 더는 못 받아” 거부/ 2만명 국경지대서 오도 가도 못해/“수치 노벨상 박탈하라” 비난 여론 “방글라데시로 넘어오는 로힝야족 난민 중에 젊은 남성이 보이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언론 다카 트리뷴의 아딜 사크하와트 기자는 미얀마 정부의 폭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건너오는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피란 행렬이 2012년과 2015년, 그리고 지난해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로힝야족 난민이 단기간에 수만명으로 급증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전투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로힝야족 남성이 계획적으로 학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이 유지될 수 없도록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군이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빼앗아 던져버린다고 들었다”며 “로힝야족을 향한 인종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유엔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 일주일 동안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피란길에 오른 로힝야족이 6만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들은 실제 난민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1~2일 24시간 동안에만 로힝야족 전체 인구의 10%인 7만여명이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의 엑소더스(집단탈출)는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초소 30곳을 습격하고 이에 미얀마 정부군이 무차별 학살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미얀마 정부는 경찰초소 공격을 무슬림 극단주의자가 개입한 테러로 보고 400여명의 로힝야 반군을 사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정부군의 공격이 ARSA가 아니라 로힝야족 전체를 미얀마에서 몰아내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권리를 강화하자’(Fortify Rights)는 시트웨에서 도망쳐 온 로힝야족 난민의 말을 인용해 정부군이 지역민들을 참수하고 있으며, 1400여명이 사는 한 마을의 경우 주민 200여명이 최근 학살당했다고 전했다. 주민 안와르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정부군이 사살했다고 밝힌 사람들은 ARSA 조직원이 아니다”며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 마을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슈라풀 아자드 치타공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얀마 정부는 모든 로힝야족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피란에 나선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인근 다크힌파라에서 보트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크힌파라=AP연합뉴스
로힝야족이 겪는 인도주의 위기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난민을 수용하지 않으려 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기본적으로 미얀마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데다 이미 40만여명이 로힝야족이 자국 내 체류하는 상황에서 난민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무슬림 무장세력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경지대에 갇혀 있는 로힝야족은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힝야족 탄압이 미얀마 내 군부세력과 불교도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로힝야족을 향한 잔혹행위를 묵인한 수치에게서 노벨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AP통신은 “수치가 유엔 조사를 거부하는 등 외교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로힝야 반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군부에 힘을 실어줘 미얀마 민주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데릭 미첼 전 주미얀마 미국대사 등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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