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여성 감독 안 에몽의 새 영화 ‘넬리’는 실제 매춘부 생활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유명 여류 소설가가 된 넬리 아크캉의 문제적 삶을 다룬다.
2005년 국내에서도 출간된 ‘창녀 Putain’(문학동네)이 원작이다. 원작에 비해 카메라는 매춘부와 소설가라는 두 가지 삶 사이에서 방황하며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착실히 따라간다. 누군가의 연인, 콜걸, 작가 그리고 스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정체성 사이에서 길을 잃은 넬리(밀렌 맥케이)의 내면에는 여러 인성이 공존하면서 행복감과 환멸감이란 멀고도 먼 관계를 항해한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위선적 집단과 미디어를 통해 성을 왜곡하고 거짓 윤리를 강요하는 사회, 이중적 잣대로 여성을 대하는 남성에 대해 언어적 봉기를 일으킨다. 유혹적이면서도 시적인 묘사, 자기 자신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며 써 내려간 명징한 언어가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내게 작가라는 직업은 일종의 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 가장 큰 소원 중 하나는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 일의 원칙은 침묵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감히 말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창녀 Putain’은 신시아라는 가명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5년 동안 매춘업에 종사하며 스스로 ‘섹스 노동자’라 칭한 넬리 아르캉의 격정적인 삶을 고스란히 녹여낸, 그의 데뷔작이다.
2001년 발표되자마자 프랑스에서만 10만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창녀 Putain’은 소위 여성의 섹스를 파헤치는 급진적 고백소설, 혹은 자전소설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무엇보다 그 표현방식에서 참신한 독창성을 선보였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제대로 된 소설을 써보기 위해 창녀 생활을 제대로 했다”며, 작품을 통해 여성의 음울한 감정과 상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넬리 아르캉은 이 소설로 프랑스 문학계의 최고 영예인 메디치상(Prix Médicis)과 페미나상(Prix Fémina)을 모두 수상했다. 이후 ‘미친 여자’ 등 다수의 소설을 출간했으나 2009년 9월27일 36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드 팝송과 샹송 두 곡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다. 13살의 애 띤 넬리가 영국의 여가수 매리 홉킨의 ‘Those were the days’(지나간 시절)을 율동과 함께 들려주고 말미에 성인이 된 넬리가 똑같은 노래를 부른다. 어린 시절 꿈 많았던 넬리가 성을 파는 여성으로 전락해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는 모습을 강렬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배치한 장면이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귀 몽탕펠리의 ‘Ma Jeunesse Fout L’camp’(나의 청춘은 달아나 버린다)는 주인공 넬리의 자살을 암시한다. 창녀로 살아가야 했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