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이는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는 이런 질문을 두고 주로 2개 영역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먼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나 자율주행, 5G(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조명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 세계 산업계에서 이들에 대한 수요는 급등하는 반면, 공급은 적은 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해당 인재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름 높고 경험이 많은 인재들을 영입하였고, 해외에서도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의 GM과 도요타, 보잉, 유통의 암웨이, 금융의 UBS와 다우존스, 컨설팅의 매킨지와 액센추어 등이 4차 산업의 전문가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관심 영역은 정부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와 총리급 위원장을 내걸었고, 지난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4차 산업 진흥에 대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벤처 기업에 대한 지원과 창업자 육성, 소프트웨어·청년과학자 양성, 친환경 미래 에너지 개발, ‘정보통신기술(ICT) 르네상스’ 기반 구축 등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정책 선도, AI와 5G 등에 걸친 핵심기술의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확보 등이다. 정부가 4차 산업을 대비하여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산업 환경을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4차 산업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와 정부 기관 이상으로 중요한 이들이 있다. 현재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50대 억만장자들이다. 이들의 행보를 보면 미래 산업의 흐름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다가올 4차 산업은 그야말로 ‘돈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선정부터 실행과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돈이 든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3월 ‘2017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Forbes, The World's Billionaires)를 발표했다. 여기서 ‘Billionaire’는 억만장자를 뜻하는데, 미화로 순자산 10억달러, 우리 돈 약 1조1455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이들을 가리킨다. 재밌는 사실은 Billionaire가 존칭처럼 쓰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공부한 학문의 최고 전문가에게 주는 학위인 ‘박사’나 왕족이나 국가원수, 또는 국가원수 대리를 호칭할 때 쓰는 ‘His Excellency’, ‘Her Majesty’처럼 존경의 의미를 담아 부르는 것이다. 그만큼 정상적인 방법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모으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 확고한 비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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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_의 백신 회의에 참석한 빌 게이츠(Bill Gates)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이사장 |
이달 들어 미국의 금융·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도 ‘세계 억만장자지수’를 집계하여 발표하였는데, 지난 3월 포브스의 억만장자에서 68위에 그쳤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8위로 껑충 뛰어올라 있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결과였다. 860억달러(한화 약 98조513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여 수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유지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도 한때 미국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창립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75.6억달러·한화 86조5998억·2위)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72.8억달러·한화 83조3924억원·3위), 스페인 패스트 패션 기업 자라의 회장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71.3억달러·한화 81조6741억원·4위),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Helu·54.5억달러·한화 62조4297억원·6위) 텔멕스 텔레콤 회장에게 1위를 넘겨준 적이 있다. 심지어 인도의 에너지 화학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23.2억달러·한화 26조5756억원·33위) 회장에게도 1위를 넘겨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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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로 명명된 행사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 |
이들 억만장자가 영위하는 주력 사업은 9가지 분야로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유통이나 소비재 생산 기업을 운영하는 이가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IT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가 11명, 부동산 등 전통적인 분야가 4명, 미디어 및 투자 분야가 4명, 금융과 에너지, 환경과 고급 소비재(자동차, 명품)가 각각 3명씩이었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 상거래 분야에도 2명이 있었다.
이들 중 50세 미만의 부자는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56억달러·한화 64조1480억원·5위)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40.7억달러·한화 46조6218억원·12위)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39.8억달러·한화 45조5909억원·13위),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엔진인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Ma Huateng·24.9억달러·한화 28조5229억원·31위) 등 4명이었다.
해당 억만장자의 특징은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일’에서 대부분 돈을 벌었고, 또 향후에도 일부 특정인이 아닌 대중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미래 산업을 발굴하려 든다는 것이다.
14·15·16위인 롭슨 월튼(S. Robson Walton)과 짐 월튼(Jim Walton), 앨리스 월튼(Alice Walton)이 이끄는 미국의 거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전 세계에서 22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전 세계 17억6000만명이다. 한화로 20조5044억원을 보유하여 50위에 오른 이탈리아 재벌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Leonardo Del Vecchio)는 누구나 이용하는 안경 브랜드인 ‘룩소티카’의 회장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빠르게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이들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소비자들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 합계는 약 5조달러(한화 5700조원) 규모라고 한다. 중요한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창업을 하여 자신만의 사업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50위까지 억만장자 중에서 본인 스스로 창업한 자수성가 부자는 무려 32명이었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9115달러, 한화로 약 3335만원인데, 단순 계산으로는 저커버그의 재산에 이르기까지 모으려면 192만년이라는 천문학적인 기간이 걸린다.
대한민국은 누구보다 4차 산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국가라고 대내외 홍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20대 청년 상당수는 공무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와 우리 기업, 대학교서 이런 현실을 어떻게 고민해 나갈지 관심이 커진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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