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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 묘박지에서 이탈하는 외국인 선원을 감시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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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0 20:51:49 수정 : 2017-08-10 20: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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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이 정박하는 부산외항 묘박지에서 이탈하는 외국인 선원을 감시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10일 오전 10시 40분쯤 부산 감천항 중앙부두 인근 철망. 부산지방경찰청 전헌두(58·경감) 항만경찰대장이 최근 감천앞바다에서 외국인 선원들의 무단이탈이 2건이나 발생한 가운데 직접 일선 항만 취약지 순찰에 나섰다.
전 대장이 같은 날 감천항 중앙부두를 방문, 한 외국화물선을 가리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한 외국인 선원들의 선박이탈 사례와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 대장은 지난해 새로 보강된 철조망을 잡아당겨보며 “상태가 매우 좋다”며 “지난해 감천항 동·서·중앙부두 일대 10여 ㎞에 달하는 보안철조망을 최신형으로 모두 교체, 이제는 부두를 이용한 국내 잠입은 꿈도 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대장은 이어 “그러나 감천항과 부산남·북항 등으로 들어오는 외국 선박이 대기하는 외항 묘박지와 부두 밖 항로에서 국내로 밀입국하기 위해 이탈하는 외국인 선원을 모두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탈이 확인된 직후 항만경찰대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해경, 세관, 군 등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가동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장은 감천항 중앙부두 점검에 이어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있어 러시아와 일본 등 외국 원양어선들의 접안이 잦은 동편부두로 향했다.

부두 출입구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보안공사 직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동편부두에 들어서자 왼편 끄트머리에 산 만한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부두 중앙에 1만 t은 족히 돼 보이는 큰 화물선이 접안해 있었다.

전 대장은 “감천항의 보안철조망이 강화하기 이전에는 부두에 접안한 화물선에서 이탈한 외국인들이 심야에 상태가 허술한 담장을 넘어 국내로 잡입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체 담장과 철망을 폐쇄회로(CC) TV로 감시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없고, 부두 출입구만 24시간 잘 지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천항의 철망이 보강되는 등 항만 내 육상을 이용한 국내 잠입이 어렵게 되자 외국인 선원들은 최근 부두에서 멀리 떨어진 외항 묘박지에서 해상 이탈을 감행하고 있다.

최근에만 지난달 하순과 이달 초순 2건이나 연이어 해상이탈이 실제로 발생, 베트남 국적 선원 6명이 국내로 들어왔다가 5명은 검거되고 1명은 지금까지 찾지못했다.
전 대장이 같은 날 부산 다대포항을 찾아 이달 5일 외국인 선원 2명이 다대포앞바다에 위치한 북형제도 인근 해상을 가리키며 화물선을 이탈한 경로와 34년 전인 1983년 연말 다대포항으로 무장 간첩선이 침투한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 5시 19분쯤 감천항에 입항하기 위해 인근 북형제도 근처 해상에서 묘박 중이던 1400 t급 원양어선 S호(한국 국적)에서 베트남 선원 L(20)씨와 H(23)씨가 바다로 뛰어내린 뒤 수영으로 육지에 올라온 뒤 사라졌다.

지난 6일 오후 국내 잠입 37시간여 만에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가요제 축제현장에서 검거된 L씨는 경찰에서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뒤 18 ㎞ 정도를 헤엄쳐 나오던 중 해안에 닿기 전 따로 떨어져 상륙했으며, 이후 함께 이탈한 동료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했다.

H씨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남외항 묘박지에서 같은 베트남 선원 4명이 심야에 원양어선에서 구명튜브를 이용, 이탈했다가 이달 초순 모두 검거됐다.

감천항 보안상태를 점검한 전 대장은 이어 다대포항으로 향했다. 감천항 인근에 위치한 다대포항도 다양한 화물선이 접안하는 데다 지난 5일 북형제도 인근에서 원거리 이탈을 감행한 외국인 선원들이 상륙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983년 12월 북한 무장간첩단 20여명이 침투하려다 우리 군에 사전 발각돼 전원 사살된 곳으로 유명하다.

전 대장은 “다대포항 일대는 해안선이 굴곡이 심하고 광범위한데다 몰운대 등 공원이 많아 감시가 쉽지 않은 곳이며, 심야시간대에 외국인 선원 뿐 아니라 무장 간첩선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민간의 신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항상 수처작주(隨處作主·주어진 자리에서 주인정신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를 마음속에 새기며 일하고 있다”는 그는 전국에서 유일한 항만경찰대의 여러 가지 역할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전헌두 부산경찰청 외사과 소속 항만경찰대장이 10일 감천항 중앙부두 일대의 철망을 당겨보며 구조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전 대장은 “부산지방경찰청 항만경찰대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국제 여객선에 승선하는 관광객들의 휴대물품 보안검색 지도·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예방 치안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장은 지난해 11월 부산청 정보과 외근팀장에서 외사과 제2대 항만경찰대장으로 부임,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20여 년 넘게 부산경찰청 정보과에서 근무하면서 정책 제언 등 공로로 근정포장 등을 수상, 한때 동료로부터 영원한 정보맨으로 불리기도 했다”며 “항만경찰대 직원들이 그동안 몸을 사리지 않고 근무한 결과 지난해 12월 국제크루즈선 중국인 승객 2명 인명구조, 항만경찰대가 수집한 범죄첩보에 의해 부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해상면세유 수백만ℓ를 불법으로 빼돌린 일당 37명 검거 등 크고 작은 범죄사건 해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유일의 부산청 외사과 항만경찰대는 글로벌 허브 항만 부산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부산북항과 신항, 감천항 등 국제해양도시인 부산권역 항만의 안전을 위해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발대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 갔으며, 최근 해경이 부활됐지만 현재 항만경찰대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 대장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상주기관 간 협조체제를 구축해 항만보안 사건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고질적 항만범죄와 관련한 범죄모의 정보수집에도 만전을 기해 항만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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