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 2035년 9월 평양서 관찰될 듯

해와 달, 지구가 일직선이 돼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 개기일식이다. 이때 달이 가린 태양 주위로 코로나라고 불리는 태양 대기가 보인다. 해와 달의 궤도가 약 5도 정도 어긋나 있기에 일식과 월식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개기일식 때 달이 해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것은 지구에서 보는 해와 달의 겉보기 크기가 같기 때문이다. 달보다 지름이 400배 큰 해가 달보다 400배 멀리 있어 같은 크기로 보이는 것이다.
개기일식은 1∼ 2년에 한 번쯤 나타나는데, 폭 100㎞ 정도의 좁은 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사람이 많은 도시보다는 바다나 오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처럼 교통편이 좋은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현재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미국 서부지역의 대부분 숙박업소들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 주변 도시의 렌터카도 동이 났고, 항공편도 구하기 힘들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기일식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감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순간 지평선 근처엔 노을이 붉게 지고, 하늘은 밝은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두워진다. 바람도 서늘해지고, 평소엔 눈이 부셔서 볼 수 없었던 태양은 불타오르는 검은 태양으로 변해 온 세상을 집어 삼킬 것처럼 이글거린다. 눈이 좋은 사람은 검은 태양 주변에서 붉은 홍염도 볼 수 있다. 이렇게 2~3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해를 품었던 달이 서쪽부터 해를 토해 낸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사람들은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우주의 경이로운 신비에 눈물을 흘린다.
개기일식은 지구의 서쪽 지역에서 먼저 시작된다. 지구에서 볼 때 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공전하기에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지역도 계속 동쪽으로 옮겨간다. 이번 개기일식은 오리건주의 서부 해안에서 오전 10시15분쯤에 시작돼 사우스캐롤라이나 동부 해안에서 오후 2시49분쯤 끝난다. 미국 대륙에서만 총 1시간30분 정도 진행된다. 다음 개기일식은 2019년 7월 2일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던 때는 1852년 12월 11일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이다. 2035년 개기일식은 중국 베이징을 지나 평양과 원산 지역을 거쳐 일본 도쿄 북쪽에서 태평양으로 빠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북단인 고성 통일전망대 부근에서 1분여 동안 볼 수 있다. 통일이 돼 금강산에 올라 개기일식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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