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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청와대, 국정원 선거여론 조작 깊숙이 개입

입력 : 2017-08-04 00:01:37 수정 : 2017-08-04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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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위, TF 조사결과 발표 / 2011년 청와대 지시 받아 문건 작성 / 김효재 당시 수석에 보고후 열흘 지나 / 원세훈 심리전단에 “SNS 강화” 지시 /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 확대로 이어져 / 민주당 IO, 손학규 박원순 등 동향보고 / 국정원 예산으로 선거대책·여론조사도 / MB정부 인사로 수사 확대 불가피 / "靑에 반납 문건 702개도 조사해야"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국가정보원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를 작성, 청와대에 보고하고 그 직후 원세훈 국정원장이 여론조작용 심리전단을 확대편성토록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원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수뇌부를 넘어 이명박정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3일 산하 적폐청산 TF가 세계일보 보도 ‘국정원 작성 문건’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일보가 보도한 국정원 문서들에 대한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3일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SNS 장악’(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는 2011년 10월4일 청와대로부터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만든 문건이다. 국정원은 ‘SNS 장악’ 보고서를 같은해 10월 6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 한달가량 작성해 11월 8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장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술·전략과 심리조작 방법을 담고있다. 이 보고서가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진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특히 ‘SNS 장악’ 보고서를 국정원이 당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게 보고한지 열흘이 지난 후인 같은달 18일 원세훈 원장이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국정원이 같은해 12월 심리전단에 1개 팀(35명)을 증원한 사실도 확인했다. 온라인 여론 조작이 청와대 지시→국정원의 대책 수립 및 청와대 보고→국정원 심리전단 확대의 순서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개혁위는 세계일보가 공개한 다른 국정원 보고서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해 공개했다. 서울시민들을 ‘순화조치’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市民 관심이슈 관리 강화로 民心 회복 도모’ 보고서는 2011년 9월 ‘10·26 보선 정보수요 대처 계획’을 기획, 국정원 정보관들에게 관련 첩보를 수집토록 요청한 후 이를 종합해 10월 6일 작성하고 10월 7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혁위는 이 보고서에 대해 “(다른 보고서와) 달리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야당 후보자와 지지자를 대상으로한 수사를 검·경 지휘부에 촉구한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보고서는 2011년 11월 3일 원 원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선거사범을 최단시간 내에 처리하라”는 지시에 따라 국정원이 검찰·경찰·선관위 담당 정보관의 첩보를 종합해 11월 4일 작성, 결재선을 거쳐 11월 7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선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국정원은 20∼40대가 선거 때마다 야권 후보로 쏠림을 보인다면서 ‘불통’ ‘독단’ 등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2040세대의 對정부 불만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는 2011년 11월 2∼4일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세대별 현안인식’ 내용의 여론조사를 의뢰한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7일 작성한 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개혁위는 “선거대책 수립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청와대 또는 특정 정당이 자체 예산으로 해야하는데도 국정원이 자체 예산을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대표,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 인물 영입에 주력’, ‘손학규 대표측, 안철수 출마 상정 대응책 마련에 분주’, ‘민주당, 조선일보의 박원순 죽이기 기획취재說에 촉각’, ‘우상호, 左翼 진영의 大選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보고서는 전부 민주당 담당 국정원 정보관의 첩보를 토대로 작성한 청와대 보고 문건들로 밝혀졌다.

개혁위는 “금번 조사대상 문건(8건)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실 행정관이 유출한 국정원 및 경찰의 715건 문건중 일부로서 ‘세계일보’가 보도한 것”이라며 “세계일보가 보도한 13건의 문건중 8건이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 702건은 2014년 검찰이 청와대에 반납해 확인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보고서. 국정원은 야권·좌파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엄단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 현황을 첨부했다.
‘SNS 장악’ 보고서의 법률검토를 맡은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국정원의 국내정치와 선거 개입, 특히 대선 개입 의혹에 청와대가 관여한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며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공개된 문건이 진실한 사실을 담고 있음이 밝혀진 만큼 검찰이 범죄 첩보를 확보하고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반납한 경위와 상황에 대한 수사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내곡동 사저 특검’에 참여했던 탁경국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도 “새로운 증거가 나온 만큼 재수사는 지극히 당연하다”면서 “검찰 스스로도 수사 대상이지만 정권 초 수사 현안이 산적한데 제대로 이뤄질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11월6일 세계일보는 ‘MB정부 청와대, 박근혜 사찰했다’는 제하로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당시 문서를 관리하던 전직 청와대 행정관 A씨는 퇴직 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포함한 715건을 몰래 밖으로 빼돌렸다. 여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및 당시 신예 정치인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에 대한 사찰 내용을 담은 보고서 등도 포함됐다.

당시 세계일보는 이 가운데 8건을 확보해 실체를 확인했다. ‘박원순 죽이기 기획취재설’, ‘안철수 출마 상정 대응책 마련에 분주’,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인물 영입에 주력, ‘서울시민 관심이슈 관리강화로 민심회복 도모’,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 처벌로 선거질서 확인’,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SNS 장악 보고서)’ 등이다.

이는 모두 국정원이 생산한 문건들로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동향 파악은 물론 10·26 재보선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에 일사분란한 대책을 제시하는 사실상 ‘선거 가이드라인’이었다.

국정원 탈법적인 정치·선거 개입 시도는 ‘SNS 장악 보고서’로 정점에 달했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여권이 야당·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며 “내년 선거 시 여야간 치열한 박빙승부 전개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SNS 투표 독려 캠페인이 당일 변수를 넘어 선거 상수로 자리매김할 소지가 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박현준·조현일·김민순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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