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거!”
최근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화장실에 들른 직장인 하모(30)씨는 속이 좋지 않아 대변기가 있는 칸막이를 이용하려다가 화들짝 놀랐다.
변기 옆 휴지통이 있어야 할 자리에 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러 사용자가 버린 휴지만 가득 쌓여있어서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확산을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남녀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치우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시민의식이 결여된 누군가 바닥에 휴지를 버리고 간 결과다.
하씨는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했다. 분비물 묻은 휴지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있었으니 놀랄 만하다. 그는 “쓰고 난 휴지를 변기에 버리라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왜 바닥에 버렸는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씨의 희미한 기억 속 버려진 휴지는 대략 5~6인이 쓴 분량과 맞먹었다.
하씨가 겪은 ‘화장실 참사’는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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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시청역 남자화장실. 공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1~8호선 모든 역사 칸막이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볼 수 없다. 남자화장실은 지난 1일, 여자화장실은 9월1일부터 휴지통이 사라진다. 사진은 시청역 관계자와 동행하에 촬영. |
공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1~8호선 모든 역사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볼 수 없다. 남자화장실은 8월1일, 여자화장실은 9월1일부터 휴지통이 사라진다. 청결유지로 더욱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인데 과연 시민들이 잘 따라줄 수 있을까?
지난 3일 세계일보가 다녀온 시청역 남자화장실에도 휴지통은 없었다. 비어있는 칸막이를 살펴본 결과 다행히 바닥에 버려진 휴지는 보이지 않았다.
시청역 미화원은 “바닥에 휴지를 버리고 간 사람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가끔 있었지만, 이제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을 앞두고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한꺼번에 대량의 휴지를 넣거나 용해되지 않는 물휴지 혹은 기타 이물질을 넣는 사람도 나올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휴지통만 없어진다고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사후 관리와 의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사람이 바닥에 버리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따라 할 거라며 ‘시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화장실 환경 조성을 위해 공사가 유지·보수 인력 등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헛수고로 끝날 수밖에 없다.
공사 관계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모두가 화장실을 쾌적하게 쓸 수 있도록 비치된 휴지는 ‘적당량’ 사용하고, 여성용품은 반드시 위생용품 수거함에 넣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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