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직업 대물림 고착화… 망가진 ‘계층 사다리’

입력 : 2017-07-13 18:33:56 수정 : 2017-07-13 22:15:42

인쇄 메일 url 공유 - +

노동연구원 ‘계층 이동성’ 보고서 / 부모가 고위·전문직 종사자면 자녀 10명 중 4명이 같은 직업군 / 어머니 직업이 더 큰 영향 미쳐 / “사회적 부작용 해소 정책 필요”
한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A국장은 요즘 딸 생각만 하면 흐뭇하다. A국장의 딸은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현지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국제기구에 취업했다. A국장은 “파견 근무를 나갔을 때 아이를 유학시킬 기회가 있었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영국에 남겨 공부를 시킨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아들 걱정이 태산이다. B씨의 아들은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을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B씨는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치킨집을 차려줄 여력도 없다”며 “아들은 부모 눈치를 보고, 부모는 부모대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직업이 자녀의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직업 대물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3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직업계층 이동성과 기회불균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버지가 ‘1군 직업’(입법공무원, 고위공무원, 기업 임원 및 관리자, 전문가)에 종사할 경우 자녀도 1군 직업을 가질 확률은 32.3%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의 자녀가 판매종사자 등 ‘3군 직업’(서비스 종사자, 판매 종사자, 농업 및 어업 숙련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을 가질 가능성은 13%로 낮았다. 어머니의 직업이 자녀의 직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컸다. 어머니가 1군 직업일 때 자녀 역시 1군 직업일 확률은 45.5%로 가장 높았다.

부모의 직업이 자녀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3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3군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자녀도 3군 직업을 가질 확률은 24.1%였다. 이는 1군과 2군 직업(기술공 및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을 가진 아버지에 비해 3∼11%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어머니가 3군 직업에 종사할 경우 자녀가 1군 직업을 가질 확률은 17.1%에 그쳤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계층 사다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력을 통해 본인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1.8%로, 2013년보다 6.4%포인트 줄었다. 62.2%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 자식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31%에 머물렀다. 이는 2013년보다는 8.9%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보고서는 “계층 대물림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동시장 진입단계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및 임금 지원 정책을 통해 부서진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고 소득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오피니언

포토

표예진 '눈부신 미모'
  • 표예진 '눈부신 미모'
  • 차주영 '완벽한 미모'
  • ‘오늘 결혼’ 김옥빈
  • 정은채 가을 분위기 물씬…단발도 예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