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달 말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에너지효율 등급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산업부는 에어컨과 냉난방기, 멀티히트펌프시스템(2in1에어컨, 하나의 실외기에 2개 이상의 냉난방기가 연결된 제품), 상업용 냉장고 등 4개 제품의 에너지효율 등급 분포를 △1등급 10% △2등급 20% △3등급 40% △4등급 20% △5등급 10%로 조절하는 내용의 기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1등급을 받는 제품이 늘면서 1등급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냉난방기의 경우 전체의 45%가, 에어컨은 28%가 1등급 제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에너지 1등급 제품이 많아 소비자들이 고효율 제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 관계자는 “대부분 제품이 1∼2등급이어서 변별력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우선 정한 비율에 따라 등급을 나눈 뒤 이를 기준으로 새 등급을 어떻게 결정할지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소비연대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이 강화될 경우 생산업체는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 등급과 가격에 따른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에너지 관리와 소비자의 선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는 제품은 공공기관 조달에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전자업계는 1등급의 ‘기준’을 강화하지 않고 등급별 ‘분포’를 제한하는 것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등수를 매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전자업체의 관계자는 “에너지효율 제도는 제조사가 고효율의 제품을 내놓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인데, 등급별 분포를 미리 정해 놓고 기준을 조정하는 제도는 줄세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순위 경쟁을 위해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게 되고 이는 결국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자업계는 주장한다. 원가상승은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해외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상실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R&D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 기준을 넘어서는 제품에 ‘에너지스타’ 인증 라벨을 붙여주고 있다”며 “1등급 제품 비중이 높아 소비자 변별력이 낮으면 처음부터 1등급 기준을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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