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은 지난해까지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애초 우주 발사체 일정은 내년 12월 발사체 시험발사, 2020년과 2021년 본 발사, 2025년 달 착륙 일정이었다. 그런데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가 “2020년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공약하면서 시험발사는 2017년 12월로, 본 발사는 2019년과 2020년으로 앞당겨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배제된 채 박 대통령 퇴임 전 시험발사를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항우연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임기 내 시험발사는 불가능하다”고 직언해 일정이 늦춰졌다고 한다.
나로호 발사는 2013년 1월 세 차례 도전 끝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서 2009년, 2010년 잇단 발사 실패와 10차례 발사 연기로 연구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이었던 조광래 원장은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앓았다. 우주 발사체는 10만개가 넘는 부품 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실패할 수 있다. 발사체 개발 선진국인 러시아와 미국도 실패가 다반사다. 그런 만큼 향후 시험발사에서도 일정을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기업이 됐다. 그런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반도체 사업 초기에 공무원들이 반도체를 몰랐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우주 발사체 사업이야말로 정권의 임기 5년을 넘는 장기 프로젝트다. 문외한인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간섭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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