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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고학력 여성이 전문직을 꺼리는 이유

입력 : 2017-07-05 16:30:54 수정 : 2017-07-05 17: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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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활동과 지위가 크게 높아진 지금.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고졸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을 선택해 인력 낭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에게 일할 의욕이 없어서 그런다고 지적하지만 여성들은 현실을 고려한 ‘초현실주의’라는 입장이다.

그녀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 법대 졸업해서 차 나르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올해 법대를 졸업한 21세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명문으로 손꼽히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A씨는 졸업 후 법률회사 비서직에 지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A씨가 비서를 택한 이유는 ‘전근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혼은 꼭 해야 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남편을 도와 맞벌이를 하겠다는 생각한 그는 “전문직에 종사하면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렵다”며 “일에 변동이 없고 야근 없는 일을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으로 입사한 지인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겠다고 말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며 “동기들 사이에서 일이면 일 결혼이면 결혼 둘 중 하나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 일과 육아의 양립, 날 위한 선택이기도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B씨는 졸업을 1년 남겨두고 있지만 벌써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B씨의 취업조건은 야근하지 않는 주5일근무제 시행기업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보다 그들을 지탱하는 보조적인 업무가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B씨는 “결혼 전에는 열심히 일한 만큼 사생활이 보장되어 좋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일과 육아가 가능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남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게 아녀서 남의 의견은 참고할 뿐 절대적일 순 없다”며 “부모도 전근 없는 회사의 입사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여성 전문직 60%가 10년 내 이직.. 기업도 여성 일반직 채용 선호
일본에서 전문직과 일반직 등의 직군별 채용은 남녀의 고용기회균등법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전문직과 일반직이 종신고용 되는 것은 같지만, 전문직은 간부로 승진하기 위한 길로 여겨지며 야근은 물론 지방전근 등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반면 일반직은 주로 보조적인 업무를 담당해 변화가 적은 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종합직으로 근무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5년 기준 22.2%로 일반직 82.1%보다 낮은 수준이며, 특히 10년 후 이직률은 여성 58.6%로 남성 37.1%를 크게 웃돈다.

대학생들의 취업활동을 지원하는 캐리어 타스 리서치의 타케이 후사코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여성들이 결혼 후 출산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곳으로 이직하거나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퇴직하는 이유가 포함된 것“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기업은 명문대에 여성 일반직 채용공고를 내고, 출산 후에도 사회생활을 의식한 학생들이 줄 서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개인의 삶을 중시한 남학생들이 일반직에 지원하거나 전근이 없는 지역 제한 종합직 등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취업정보를 보는 여성.
■ 일과 육아의 병행 원하는 여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주의’
고학력 여성이 전문직을 꺼리는 이유를 두고 다이와종합연구소 하구 마리코 연구원은 “일과 생활의 균형과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시스템이 부족한 결과”라며 “최근에는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혼도 육아도 일도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이 전문직을 꺼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앞으로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주재로 일하는 방식 개혁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전문가들이 모여 지혜와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각 계의 노력에도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과 한편에서는 여성들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접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노력만으로 오랜 시간 뿌리내린 사회 문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지만, 하루빨리 바뀌어야 할 대목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아이는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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