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투수와 타자의 수싸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볼카운트다.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기에 공을 맞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경우 장타가 줄 수밖에 없어 투수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래서 투수들에게 강조되는 것이 ‘초구 스트라이크’다.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로 타자와의 승부를 시작하라는 의미다. 실제 뛰어난 투수들의 경우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0%가 훌쩍 넘는다. 선발투수로 7경기 이상 나선 선수 가운데에서는 제프 맨쉽(NC)과 데이비드 허프(LG)가 각각 71.1%와 71.5%로 70%가 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맨쉽은 개막 7연승 이후 부상으로 재활 중이고 허프는 부상으로 뒤늦게 팀에 합류해 경기 수가 적을 뿐 이들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 주력하는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특히 허프는 두 번의 완투승을 거두는 등 긴 이닝을 끌고 갈 줄 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임기영(KIA) 역시 69.3%라는 높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앞세워 2번의 완봉승을 기록했다. 완투나 완봉의 조건이 투구수 관리에 있다는 점에서 두 투수 모두 유리한 볼카운트를 앞세워 빠른 승부로 타자를 요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가 중요하다면 한가운데로 꽂아넣고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힘으로 타자를 제압할 수 없다면 이는 장타를 헌납하는 실투일 뿐이다. 그래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도 제구를 통해 타자가 치기 어려운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 결국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는 제구가 뛰어난 투수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송용 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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