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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황소개구리③] 연 1000만원짜리 광고상품 시대 연 직방

입력 : 2017-06-26 07:00:00 수정 : 2017-06-25 14: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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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직방이 비싼 광고비로 회원 공인중개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직방은 시장 장악력에 힘입어 2년 만에 최대 2배가량 광고비를 인상했다. 회원 공인중개사들은 과도한 광고비를 보전하기 위해 허위(미끼)매물을 등록하고,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인중개사 영업 환경 갈수록 악화…중개업소 시름 깊어져

국내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말 기준 9만9799명으로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2012년 8만2931명에 비해 1만6868명 늘어난 수치다. 이에 반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2015년 119만건을 기록한 뒤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105만건으로 14만건이 감소했다. 중개 수수료도 2015년 이후 낮아지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영업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매출과 영업비용(임대료·인건비·광고비 등)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매출이 1200만~24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중이 22%로 가장 컸다. 이어 2400만~3600만원(21%), 3600만~4800만원(19%), 4800만~7200만원(14%), 1200만원 미만(11%) 순이었다.

연매출 3600만원 이하인 중개사가 과반(54%)을 차지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광고비 등 영업비에 대한 조사 결과 '월 100만~200만원을 쓴다'고 답한 비중이 35%로 가장 높았고, 10곳 중 7곳이 월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

부동산 매물정보의 광고는 3년 전 네이버가 철수하면서 시장 판도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정보제공 업체의 매물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면서 광고비가 큰폭으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가 개포주공1단지 매물 30개를 A정보업체에 제공한 뒤 네이버 부동산에 노출한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9만7233원만 부담하면 되는 구조다. 네이버가 직접 사업을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광고비가 최소 67%에서 최대 94% 감소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와 달리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직방과 다방은 업계 생태계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면서 광고단가를 높이고 있다. 직방과 다방은 닐슨코리안클릭의 지난달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점유율 기준 시장을 84.78% 장악한 절대 강자이다.

◆직방, 광고비 2년 새 최대 2배가량 '껑충'

부동산 앱 점유율 1위인 직방은 5개 광고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그 중 앱 화면 최상단에 중개업소 배너와 매물을 노출하려면 '지하철역 입점 VIP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직방 이용자가 지하철역 이름을 검색해 원룸 등을 찾을 일이 잦은데, 관련 매물을 취급하는 중개업소는 검색 결과가 화면에 뜨는 것은 물론이고, 그 중 상위에 노출되어야 거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비를 많이 내는 '지하철역 입점 VIP 상품'을 사야 한다.

직방은 서울 강남역과 역삼역, 신논현역 등 8곳의 광고비를 월 92만4000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했다. 연간 1100만원에 이르는 상당한 금액을 내야 이 광고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직방은 아울러 검색목록 최상단에 중개업소 이름과 사진, 보유매물 등을 노출하는 광고에서 70~80%의 계약이 체결된다고 알리는 등 회원 중개업소들 간 경쟁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일반 광고상품에 올리면 '일반 매물'이라는 등급이 매겨져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는 하단 게시판에 등재된다. 이마저도 건당 1만2000원선에서 2년 만에 2만8600원으로 배 넘게 올랐다.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안심 추천상품'도 광고상품이다. '안심'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는 배경이다. 이 상품 또한 중개업소가 돈을 주고 구입하는 또 다른 광고라는 사실을 대다수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직방 관계자는 “현재 직방의 이용자는 2014년 첫 유료화 당시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운영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 마케팅 비용 등이 늘어나 광고비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방의 회원 중개사가 많은 것은 그만큼 광고효과가 분명하다는 증거”라며 “결국 중개업소들은 효과적으로 광고 집행을 했고,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해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지하철역 입점 VIP 상품은 가격 인상을 한 적이 없으며, 중개업소를 선정하는 방식은 선착순으로 동일한 기회를 보장한다”며 “우리와 유사 광고를 제공하는 다방의 가격은 10~15% 저렴한 수준이지만, 인상폭을 따져보면 훨씬 높다”고 해명했다.

광고를 이용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직방이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단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인근 중개업소들은 직방의 광고비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광고료 인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새롭게 광고를 진행하려는 공인중개사들이 많으니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횡포를 부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직방 측은 "방을 구하는 수요와 매물의 공급, 해당 지역의 평균 시세를 종합하여 지역별로 상품가격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며 "물론 광고 가격이 상승한 곳도 있지만 낮아진 곳도 있다"고 강조했다.

직방의 광고 독식은 비슷한 상품을 통해 경쟁을 하고 있는 전통의 정보제공 업체에 직·간접적인 피해로 작용한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직방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통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정보업체는 그만큼 급격한 매출액 감소를 겪으면서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직방의 아파트 매물시장 진출, 영세 중개업소 광고비 부담 늘어날 우려 ↑

업계는 지난해 직방이 중개시장의 중심인 아파트 시장에 본격 진출한 만큼 광고비 부담을 호소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한정된 매물이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확대되면서 연쇄적인 광고단가 인상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광고비 인상은 중개업소의 경영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개사 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은 90% 이상이 직방과 다방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새 이들 업체에 광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수익구조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직방의 독과점 체제가 갖춰지다 보니 앞으로도 광고단가가 부쩍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협회는 지난해 8월 공인중개사들의 광고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무료로 매물을 등록할 수 있는 앱 '한방'을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직방이 외국계 자본에 힘입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데, 어떤 소비자가 다른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직방이 광고비 인상으로 얻은 이익을 TV CF 등 마케팅 비용에 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수익 대부분을 광고에서 올리는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중개업소로부터 상당한 광고수익 올려···허위매물 방지 위한 노력 더 기울여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직방은 광고사업 등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275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배 넘게 성장한 규모이다. 또 2015년은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작년에는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직방은 공인중개사들로부터 막대한 광고 수익을 얻지만, 허위매물 방지를 위한 인력 추가 채용 등 서비스 개선은 상대적으로 게을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방 측은 매물관리를 담당하는 인원이 25명이라고 밝혔는데, 업계에선 이런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25명 인원이 하루 평균 1000~2000개나 되는 매물을 얼마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직방 측은 “허위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과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자부한다”며 “마케팅의 효익(效益)이 중개사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공인중개사들이 더 많은 수수료(수익)를 가져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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