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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프로듀스 101' D-1…지하철 광고판에도 불붙은 프듀101 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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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5 16:44:34 수정 : 2017-06-15 16: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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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OO에게 투표하세요.‘
‘화제의 윙크남! OOO 국민프로듀서님, 데뷔를 응원해주세요.’

15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걸려있는 ‘프로듀스 101 시즌2’ 투표 독려 광고. 김지현 기자
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역사 안은 지지와 응원을 호소하는 광고로 도배돼있었다. 교복을 입은 소년들이 등장하는 광고판은 지하철 역사로 들어가는 계단 옆부터 승강장안전문과 전동차 안까지 역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16일 오후 11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문자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광고 속 주인공들은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2)에 참가중인 연습생들이다. ‘프듀2’는 101명의 연습생 중 11명을 선발해 아이돌 가수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오직 시청자의 결정된다. 지난 4월 7일에 첫방송을 시작한 ‘프듀2’는 현재 20명의 연습생이 남아있으며, 16일 투표로 최종 11명이 선출된다.

마지막 방송이 임박하자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응원전에도 불이 붙었다. 지하철 역사와 버스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광고는 물론이고 대학가 곳곳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물이 나붙고 있다. 명동과 신촌 일대의 대형 전광판에는 이들을 홍보하는 응원 영상이 소개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는 팬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의 사진과 영상,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글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다.

15일 숙명여대 한 건물 로비에 설치된 ‘프로듀스 101 시즌2‘ 투표 방법 안내 및 참여 독려 게시물. 이창훈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프듀2’ 연습생 관련 설치된 광고는 5월31일 기준으로 총 37개다. 홍대입구역 6개, 삼성역 6개, 신촌역 5개 등 20∼30대가 많이 찾는 곳에 집중 설치됐다. 국내 아이돌 중 팬덤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아이돌 그룹 엑소(EXO) 관련 광고(12개)보다 3배나 많은 수치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6년 전부터 아이돌의 데뷔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많았다”며 “지난달부터는 프로듀스101 광고 설치를 요청하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몇몇 연습생의 광고를 담당한 한 업체 관계자는 “‘프듀2’의 마지막 투표를 1달 앞둔 시점에 문의가 많이 들어왔었다”며 “팬들이 모든 광고 도안을 만들어 왔었다”고 귀띔했다.

지하철에 설치하는 광고의 경우 크기와 설치 장소에 따라 1달 광고 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지하철 5∼8호선의 경우 합정·건대입구·이태원역 등 환승역이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조명 광고 비용이 160만원에 달한다. 비용을 공개 하지 않은 1∼4호선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아 이보다 비용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팬들이 사비를 들여서까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알리고 투표를 독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처음 시작된 프로듀스101은 투표 순위에 따라 탈락자가 결정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프로그램에서 방출되고 다음 회차에 출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계속 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응원하는 연습생을 위해 광고를 제작하며 일명 ‘총대’(돈을 모으고 지원 활동을 주도하는 팬)를 맡았던 최모(24)씨는 “십시일반으로 팬들이 돈을 모으고, 광고 디자인을 짜는 등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며 “뉴이스트라는 팀으로 데뷔했다가 실패를 겪고도 다시금 일어서는 연습생을 보며 더 열심히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듀2‘의 열혈팬인 이모(17) 양은 “응원하는 연습생의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함께 커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적은 용돈이지만 조금씩 모아 팬클럽이 진행하는 모금에 여러 번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양은 “단순히 ‘잘생겨서’ ‘귀여워서’라기 보다 아직 데뷔 못 한 꿈을 가진 오빠, 친구, 동생들이라는 생각도 들어 좋아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프듀2’ 시청자들은 연습생의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지지하는 연습생이 떨어지자 눈물까지 흘렸던 최정화(22·여)씨는 “‘조금만 더 열심히 홍보할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막상 1~2등 차이로 생방송 진출을 눈앞에 두고 방출되는 연습생을 보자 한동안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기존 아이돌 팬클럽을 넘어설 정도의 일부 극성 팬 사례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동생의 ‘프듀2’ 응원을 지켜본 정모(26·여)씨는 “동생이 좋아하는 연습생을 두고 ‘실력이 부족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가 싸우는 바람에 1주일 동안 말도 안 했다”며 “자발적 소액모금은 좋지만, 과도하게 응원에 몰입해 마치 그 연습생이 떨어지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거나, 자신의 모든 걸 거는 친구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프듀2‘의 인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데뷔조차 하지 않았거나 성공하지 못한 그룹 출신의 연습생들이 인기 아이돌 못지않은 응원과 사랑을 받는 데에 ‘공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사회학과)는 “이미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검증이 다 끝난 데에 반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습생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을 것”이라며 “10대, 20대가 자신의 불안한 상황 혹은 처지에 빗대서 공감한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구 교수는 “궁극적으로 감정 이입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되면 마음이 좋고, 잘 되지 못하면 안타까움과 박탈감을 느끼면서 더 애착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창훈·김지현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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