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가 영화 상영 새 룰 정립 신호탄 되길”

봉준호 감독·출연진 기자회견 / “넷플릭스 동시 상영 요구 존중” / 29일 멀티플렉스 제외 전국 개봉 / “극장 상영 논란 내 욕심서 비롯… 국내도 온라인 영화 규칙 필요해”

“고향에 온 것만 같다. ‘옥자’를 한국의 고향에 데리고 온 느낌이다. … 이젠 내가 마치 한국 영화인이 된 기분이다.”(틸다 스윈턴)

“미자는 세상을 상대로 싸우며 친구 옥자를 구하고 가정을 지킨다. 경이롭고 매혹적인 영화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의 출연 배우들이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은 어둠보다 빛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인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니엘 헨셜)”라고 소개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안서현(맨 왼쪽), 틸다 스윈턴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틸다 스윈턴은 “마음씨와 태도를 다룬 성장영화로, 사랑·가족·신뢰 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가치이고, 비록 어두운 세상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다시 꿋꿋하게 나의 자아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범우주적 성격을 지닌 영화”라면서 “영화를 절대 평범하게 만들지 않는 봉 감독은 나의 우상이자 형제”라고 극찬했다.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이 일어나서 … 하지만 영화 외적으로도 기여한다면 이 또한 ‘옥자’의 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입을 떼 웃음을 유발했다. 최근 ‘옥자’를 둘러싼 극장 상영 논란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최소 3주간의 선 상영기간(홀드백)을 원하는 멀티플렉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봉 감독은 아울러 “극장과 동시상영을 원하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제작된 영화인 만큼, 이들에게 극장 상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말할 수는 없잖아요. 하하. 그런데, 영화를 찍는 동안 관객들이 큰 화면을 통해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찌보면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에 생긴 논란이니 제가 원인 제공자인 셈이죠.”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규칙이 만들어진 것처럼, 국내에서도 ‘옥자’를 계기로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나 극장 개봉 영화와 관련한 업계의 세부적인 규칙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자’는 하마와 코끼리, 매너티 등을 합쳐놓은 듯한 거대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29일 CGV와 롯데시네마 등 주류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전국 100여개 상영관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주류 멀티플렉스들은 “극장과 온라인 동시상영은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옥자’ 개봉 불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날 회견장에는 미자 역의 안서현, 할아버지 역의 변희봉,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 등도 동석했다.

김신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