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전기제품 중 대기전력이 가장 많은 것은 의외로 셋톱박스다. 14일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은 12.27W에 이른다. 대형TV 대기전력(1.27W)보다 10배나 많다. 한달 내내 TV를 보지 않더라도 1370.68원((12.27+1.27)×24시간×30일×140.6원(400kWh 이하 평균전력량요금 적용)을 셋톱박스와 TV전기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완충된 로봇청소기도 2.5W, 스탠드 에어컨은 5.81W, 공유기 4.03W의 대기전력을 쓴다.
쓰지도 않는데 에너지가 소비되는 이유는 5분대기조처럼 ‘주인’(사람)이 부르면 바로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리모컨으로 조절되는 TV와 셋톱박스의 경우 리모컨 전원버튼이 눌리면 바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꺼진 상태에서도 전력을 먹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손을 대면 작동하는 전자제품도 대기전력이 있다.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선풍기는 전원이 연결돼 있어도 대기전력이 없지만 터치식으로 조정하는 선풍기는 0.22W 안팎의 전력을 쓴다.
전기밥솥이나 냉온정수기, 비데처럼 보온기능이 있는 제품도 대기전력이 많다. 기자가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정보센터에서 대여한 대기전력측정기로 실측한 결과 보온 상태의 전기밥솥은 3~63W를 주기적으로 오갔고, 비데는 2.14W, 냉온정수기는 80~400W를 기록했다.

4인 가구 박하은(가명·36·여)씨의 집에는 공기청정기와 냉장고, 전기포트 등 총 31개의 가전제품이 있고, 월 평균 5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낸다. 냉장고처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제품을 제외하고, 상시 콘센트가 꽂혀 있는 가전제품을 토대로 계산한 박씨 가정의 하루 대기전력량은 1273.12Wh였다. 한 달이면 3만8193Wh(38kWh), 5342.8원어치(400kWh이하 평균전력량요금 140.6원 단순적용)의 전기가 쓰지도 않고 새 나갔다.
좀 더 적극적인 절약법으로는 미니 태양광발전기 설치가 있다. 태양광발전기는 주택과 아파트 모두 설치 가능한데 아파트의 경우 보통 베란다 난간에 거치해서 고정한다.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이사갈 때 들고 가 재설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태양광발전기 보급가의 50%를 지원한다. 260W급은 자부담 20만원 정도면 설치할 수 있고, 추가 지원금을 주는 구청도 있어 최소 9만원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월 전기요금이 5만4920원인 가정에서 한 달에 25kWh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면 한 달 전기요금을 1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 두 달이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셈이다.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이라면 옥상을 하얗게 칠하는 쿨루프 시공도 좋은 방법이다. 외부 온도가 30도일 때 일반옥상은 70도까지 달아올라 54도의 열을 실내로 내려보내지만, 쿨루프는 햇빛 반사율이 높아 26도의 열만 실내로 전달한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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