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A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들은 부모의 퇴근 전까지 여러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집에 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5학년이 된 아들이 학원을 전전하는 답답함을 토로했고 “이제 나도 제법 커서 혼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해 학원 수를 줄였다. 하루 2시간 정도는 혼자 둬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화근이었다. 아들이 집에서 인터넷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초반에는 A씨가 귀가하면 게임을 중단했으나 어느 순간에는 서로 말다툼을 하고 나서야 컴퓨터 전원을 껐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자 간의 갈등은 깊어졌고 아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며 따지고 들었다. A씨는 “학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돌리는 것도 미안하고 결국 내가 일하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벌을 받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A씨처럼 자녀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과 채팅 등에 장시간 몰입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실제 청소년 7명 중 1명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은 인터넷, 여학생은 스마트폰에 더 집착했다. 남학생이 컴퓨터게임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여학생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실시간 대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위험 주의군은 남학생(6만9786명)이 여학생(6만180명)보다 많았고, 스마트폰 위험 주의군은 여학생(7만2874명)이 남학생(6만2307명)보다 많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위험군 청소년에게 상담·병원치료·기숙형 ·치유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아이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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