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김형주 감독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인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오마주 한 ‘보안관’을 선보였다. 영화는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최대호(이성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범인 검거과정에서 범인을 놓치고 동료마저 잃으며 불명예스럽게 경찰을 그만둔 대호는 고향인 기장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온 사업가 구종진(이진웅)의 마약 범죄를 밝혀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담당한다. ‘보안관’은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코미디는 배우들의 연기 합이 맞아야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주·조연 배우들의 찰떡 호흡과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유쾌한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도 힘을 보탠다. 주연을 맡은 이성민은 물론 조진웅, 김성균, 배정남, 조우진, 김종수, 김혜은 등 모두 경상도가 고향이며 김형주 감독 역시 부산 구포 출신이다. 감독의 의도로 지역 정서를 잘 아는 배우들이 모여 연기를 펼치니 더없이 자연스럽고 맛깔스럽다.
분노상업주의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준다. 그동안 극장가에서는 ‘내부자들’ 이후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사회부조리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분노를 영화가 대신 해결해 주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해결되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이 점차 관대해지면서 분노상업주의를 표방하는 범죄액션 영화보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호감이 흥행으로 이어진 듯하다.
코미디 영화 ‘보안관’의 흥행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주류를 이루었던 관객들의 울분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동안 반복되는 분노상업주의 영화들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며 쇠락을 길을 걸었던 1980년대 홍콩 누아르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모색해야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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