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크루즈는 어둠이 어슴푸레 잠긴 다뉴브강을 따라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낮게 깔려있던 구름이 밀려나고 강은 물안개와 어우러진다. |
다뉴브강에는 많은 리버 크루즈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
다뉴브강 상류 오른쪽에 자리 잡은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중부 유럽의 경제·문화·교통 중심지이다. 특히 1440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선 이후, 수백년 동안 유럽 전체에 정치, 문화, 예술, 과학, 음악 등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슈테판 성당 앞은 인파가 몰리고 수많은 상점이 늘어서 있다. 성당 앞에 자리한 노천카페에 앉아 성당을 바라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신다. |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빈의 옛 영광은 사라졌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만은 음악인들의 고향이자 수도라고 할 수 있다. 악성 베토벤이 생애 대부분을 빈에서 보내면서 인류의 자산이 된 아름다운 음악들을 남겼고, 잘츠부르크에서 초년을 보낸 모차르트 역시 이곳에서 불멸의 명곡들을 써 내려갔다.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가 태어나고 요한 슈트라우스가 감미로운 왈츠를 작곡한 곳도 빈이다.
조성된 지 150년이 넘는 빈의 링거리는 구시가지를 감쌌던 성벽을 허물고 조성해 둥그런 형태를 갖추고 있다. 길을 따라 오페라하우스, 박물관, 국회의사당 등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우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가득한 빈에서는 국회의사당도 멋진 그리스 신전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스식 조각상들로 둘러싸인 분수대에서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황금으로 치장한 채 우뚝 서있다. 빈 시청사 역시 고딕양식의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다. 공공기관 건물들조차 예술 작품인 듯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역시 빈다웠다.
슈테판 성당 게티 이미지 제공 |
치장이 화려한 웅장한 첨탑은 밑에서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아 보인다. 높이가 137m에 달한다고 한다. 황금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모자이크 지붕도 25만개의 벽돌 기와가 사용돼 아름다움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성당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당 앞에 자리한 노천카페에 앉아 성당을 바라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신다. 구름이 드리운 성당이 마치 비엔나 커피와 묘하게 어울린다. 선상에서 점심식사가 제공되지만 빈에서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작은 식당에 들러 점심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돈가스를 연상시키는 비너 슈니첼과 맥주가 차려진다. 송아지고기를 사용하는 슈니첼은 고기를 넓고 얇게 저며서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음식이다. 오스트리아가 맥주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 나라인 만큼 알싸한 맥주와 잘 어우러진다.
빈의 쇤브른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으로 구왕궁과 신왕궁으로 나뉜다. |
빈 여행의 백미는 해가 지면서부터다. 낮에는 보는 여행이라면 저녁은 듣는 여행, 바로 클래식 음악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몸은 다소 피곤했지만 빈에서의 클래식 공연을 놓칠 수는 없다. 이제 음악과 공연으로 물드는 빈의 아름다운 밤이 기다린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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