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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2) 극초음속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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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3 09:00:00 수정 : 2017-05-15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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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속도(음속)는 초속 340m, 시속 약 1224㎞에 달한다. 이보다 더 빠른 속도를 ‘초음속’이라 칭한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는 1947년 등장한 ‘벨 X-1’이다. 이후 초음속 항공기가 앞다투어 등장했다. 1958년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를 개발했다. 콩코드는 음속의 2배로 순항,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간 5585㎞를 3시간30분 만에 주파했다.

최초로 초음속을 돌파한 비행기 ‘벨 X-1’(왼쪽)과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영국항공(British Airway)
지금은 초음속을 넘어 극초음속 비행도 연구되고 있다. 극초음속 비행은 여러 측면에서 기술 개발의 난제가 있어 아직 군사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속도의 영역

극초음속을 이해하려면 먼저 속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음속은 통상적으로 초속 340m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소리의 속도는 온도와 밀도에 따라 크게 변한다. 따라서 고도에 따라 소리의 속도에 차이가 난다. 때문에 항공우주공학에서는 마하수(Mach number)라는 기준을 만들어 비행체의 속도를 구분한다. 마하수(M)는 비행체의 속도(v)를 소리의 속도(c)로 나눈 값으로 계산된다. 비행기가 음속으로 비행한다면 소리의 속도가 같으므로 마하 1이 된다. 마하 1을 기준으로 공기의 특성에 따라 크게 변하게 된다.

◆아음속

아음속(Subsonic)은 소리의 속도보다 느린 영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통 마하 0.7 이하의 속도다. 자동차가 보통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의 속도가 시속 100㎞ 안팎인데, 소리의 속도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이다. KTX의 주행속도인 시속 300km는 마하 0.3이 채 되지 않는다. 상용 여객기의 비행속도(시속 700~800㎞) 역시 아음속의 영역에 해당한다

◆천음속

천음속(Transonic)은 아음속에서 초음속으로 넘어가는 영역인 마하 0.8에서 1.2 사이의 영역이다. 천음속에서는 속도가 음속보다 느려도 비행체 국부적으로 초음속이 되어 충격파(shock wave)와 팽창파(expansion wave)가 함께 발생하게 된다. 국부적인 초음속에 따른 유동 탓에 항력이 크게 발생하여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비행체 형상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팽창파는 충격파와 비교해 반대의 성질을 가진다. 공기가 팽창파를 통과하게 되면 압력과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수증기의 온도가 낮아지면 액체인 물로 응결한다.
천음속에서 발생하는 국부적 팽창파로 인한 수증기 응결 현상. 출처=위키미디어
◆초음속

초음속(Supersonic)은 마하수 1 이상을 이른다. 가장 큰 특징은 충격파의 형성이다. 비행체가 공기 중에서 속도를 내면 파면(wave front)이 생기고, 그 주변의 공기를 점진적으로 압축시키게 된다. 마하 1이라면 파면이 겹치며 공기가 압축되어 충격파를 생성하게 된다. 충격파는 비행체가 소리의 속도보다 빠를 때 급격한 변화를 만드는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충격파를 통과하면 유동이 압축되고, 비행체 주변의 공기가 충격파를 통해 앞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충격파를 지난 공기의 압력과 밀도는 커지고 온도는 높아진다.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는 충격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상용 여객기는 구조적으로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없다. 여객기의 둥근 형상이 초음속 비행기의 뾰족한 형상보다 단면적이 넓어 항력이 가중되고 따라서 음속의 벽을 넘기 어렵다.
실제 초음속 비행에서 발생하는 충격파의 모습(왼쪽)과 소닉붐(초음속 비행기가 내는 큰 소음)을 최소화한 초음속 비행기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출처=미국항공우주국
초음속 비행은 성층권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이뤄지는데, 저고도에서 초음속 돌파를 하게 되면 고고도보다 공기의 압력과 밀도,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항력이 크고 온도가 크게 상승한다. 이른바 ‘소닉붐’ 현상도 발생한다. 충격파로 인해 급작스런 압력 변화를 겪은 주변 공기가 ‘쾅’ 하는 폭음을 내며 지상으로 전달되어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극초음속

극초음속(Hypersonic)은 통상 마하 5 이상의 영역이다. 초음속과 뚜렷한 경계가 없지만, 이 상태에서는 강한 충격파를 통해 고압, 고온으로 압축된 공기의 물리적인 성질이 변하게 된다. 높은 온도 때문에 공기를 구성하는 산소와 질소의 에너지가 높아져 분자가 원자로 분해되는 해리(dissociation), 원자와 전자가 서로 떨어지는 이온화(ionization) 현상이 각각 발생한다. 또한 전자기파의 에너지 이동인 복사(radiation) 현상으로 인한 가열과 고온 플라스마도(고체, 액체, 기체와 달리 이온화된 제4의 상태로 중성입자, 이온과 전자의 집합)도 관찰된다. 따라서 극초음속 유동에서는 물리·화학적 현상까지 고려해야 한다.

극초음속 비행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야는 우주선의 대기권 재진입(Atmospheric Re-entry)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당시의 속도는 무려 마하 35(시속 4만1000㎞)에 달했다. 우주선은 빠른 속도로 인한 강한 충격파의 압축과 공기 마찰로 엄청난 고온에 노출된다. 주위의 온도는 섭씨 600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이러한 극한의 유동에서 노출되는 열 유량과 공기역학적 힘을 정확하게 예측해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우주선을 설계해야 한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재진입 비행체 상상도. 출처=유럽우주기구
서울에서 뉴욕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다. 여객기로도 1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다. 극초음속인 마하 7로 비행할 수 있다면, 2시간 정도 걸리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로켓은 연소 효율이 제트 엔진에 비해 매우 낮아 수백㎞ 이상 극초음속으로 순항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충격파의 압축 효과를 이용한 ‘램·스크램제트 엔진’이라는 새로운 극초음속 추진기관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X-43 스크램제트’ 비행체 시험발사 장면(왼쪽)과 ‘X-51A 스크램제트’ 비행체. 출처=미항공우주국
이처럼 극초음속 기술은 항공우주공학자들의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이용될 분야도 많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극초음속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고온 플라스마에 대한 연구는 반도체 공정과 신소재 합성에도 이용되며, 고온 및 고강도 내열 소재의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장원근 호주 퀸즈랜드대 극초음속센터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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