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군입대를 앞둔 B씨는 2014년 3월19일 옛 여자친구를 경찰에 고소했다. ‘여자친구 손에 눈을 맞아 실명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으니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7개월 뒤 실명 장애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제2국민역 편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맞아 실명이 된 뒤 점차 나아져 이제는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B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검찰이 철저히 수사한 결과 거짓말로 드러났다. B씨는 무고에 병역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3. C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4년 12월3일 검찰에 ‘살인사건과 관련해 제보할 것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검찰 수사관과 만난 C씨는 “사람을 살해한 뒤 사체를 경기도의 한 호수에 유기한 용의자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C씨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직접 수사에 나섰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 C씨는 수감생활의 편의를 위해 타인에 관한 허위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판명났다. 검찰은 지난 2월 C씨를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마침내 검찰이 무고범죄 근절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일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예인에 대한 성폭행 무고사건 등 최근 연일 무고 피해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허위고소와 무분별한 고소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총장은 “무고는 사법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이런 무고사범에 대한 우리 검찰의 처리 관행과 처벌 수준이 과연 적정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형법상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김 총장은 “최고로 악질적인 무고범죄는 징역 10년 정도에 처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런데도 실제로 선고되는 징역형 대부분이 6∼8월 정도라면 검사들의 구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니까 ‘법이 무르다’, ‘형벌이 가볍다’ 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무고죄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처벌해 무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에는 무고죄에 대한 반좌(反坐)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무고죄는 무고한 범죄에 해당되는 형으로 처벌하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살인죄를 무고한 사람은 살인죄의 형벌로 처벌하고, 상해죄로 무고하면 상해죄의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금 무고죄에 대해 무엇으로 무고했는지 상관없이 대부분 1년 정도를 구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선시대 무고죄에 관한 반좌제도의 취지를 살려 처벌 기준, 구형 기준, 또는 구속 기준을 엄중하게 정비하라”고 대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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