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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발사 직전 교란'(Left of Launch) 우리 군은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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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7 17:40:18 수정 : 2017-04-17 1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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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발사 직전 교란’ 프로그램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발사 직전 교란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시했던 사이버전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코드와 전자기파 등으로 미사일 통제시스템을 교란해 발사 전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발사→상승→하강 단계로 나눌 때 발사보다 왼편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공격을 가한다. 그래서 코드명으로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는 말이 쓰였다.

이러한 대북 사이버전이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3년간 미국과 북한 사이에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은밀한 전쟁이 진행됐다고 보도하면서다.

북한에 대한 사이버전 전략 구상을 실행에 옮겼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미 서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 기지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증강 방침을 밝히는 동시에 사이버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갔다.

통상 군사작전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지만, 사이버전 프로그램의 예산확보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악성 소프트웨어, 레이저, 신호교란 등을 ‘사이버전, 지향성 에너지, 전자공격’ 등의 용어로 대체했지만 북한은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 기지에서 진행된 미사일 요격실험의 실패율이 56%에 달하는 등 미국이 3000억 달러를 쏟아부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본토 방어에 미흡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학습도 바탕이 됐다.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사이버전은 이란이 대응책을 만들어낼 때까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저지시키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무수단 미사일
지난 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 프로그램과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첨단기술의 진보가 언제, 어디서 쏠 지도 모를 미사일 발사 과정에까지 개입해 공중폭발이나 사거리 단축, 궤도 이탈 등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데 설마했다가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관심도는 미국 쪽이 높은 편이다.

NYT는 16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도 발사 직후 곧바로 폭발한 것으로 파악돼 레프트 오브 론치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실제 북한은 지난 5일에도 신포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60여㎞를 비행하다가 동해에 추락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22일 원산 일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도 불과 몇 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지난해 무수단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은 8번 가운데 7번이 실패했다.

북한 매체가 2016년 4월 24일 보도한 4월 23일의 SLBM 발사 모습.
그렇다고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가 미국의 사이버 개입으로 이뤄진 100% 결과물로 단정짓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 프로그램과 연관성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실패의 원인이 기술적인 결함인지, 이 작전 때문인지, 아님 또다른 어떤 원인이 영향을 미쳤는 지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확실한 것은 대북 압박 차원에서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정부때 시작된 레프트 오브 론치 카드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북한이 대응력을 갖추기 전까지 일시적이긴 하나 효과가 작지 않아서다.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우리 군 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지 궁금하다.

군 소식통은 17일 “미군에서 우리쪽에 넘어오는 군사정보는 단계가 있다. 그 가운데는 오픈되지 않는 정보들이 많다. 발사 직전 교란은 공식적 인정이 어려운 사안인 만큼 군수뇌부와 일부 정보·작전 분야에만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 미사일 발사 직전에 관련한 시스템을 손상시키거나 부품을 망가뜨려 정상적인 발사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모종의 작전이 펼쳐졌고, 이를 한·미가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 얘기다. 소식통은 발사 직전 교란이 성공적이었다는 근거로 북한이 지난해 무수단 미사일의 잇단 발사 실패와 관련해 미사일 개발과 시스템 보안 담당자들을 대거 문책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군사전문가도 지난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 미국 당국이 발사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북한 미사일의 잇단 발사 실패가 발사 직전 교란에 영향 받은 것이라면 그것은 사이버 교란과 함께 반드시 인적 요소가 결합돼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발사 직전 교란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 군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없다. 과연 그러한 작전이 있는 지, 있다면 실행에 옮겨져 작동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북한에서 2007년 실전배치된 뒤 워낙 오랜동안 보관돼 있던 탓에 노후에 따른 불량품이 나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수단 미사일은 성능이 검증된 미사일”이라며 “연이은 발사 실패에는 기술적 결함 문제 외에 또다른 무엇인가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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