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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서 ‘무티의 디바’로… “난 노력파”

입력 : 2017-04-03 21:29:45 수정 : 2017-04-03 21: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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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여지원 ‘금의환향’
“노래를 처음부터 잘하는 분들이 있어요. 쉽고 편하게 노래하는, 특유의 ‘타고난’ 느낌을 주는 분들이죠. 사실 전 그 ‘타고난’ 느낌을 지닌 사람은 아닙니다. 전 그런 사람들을 닮아가려 테크닉을 공부하고 노력해왔어요.”

소프라노 여지원(사진)에게는 ‘무티의 프리마돈나’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알거나, 무대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드물다.

최근까지도 그는 철저하게 무명의 동양 소프라노였다.

그런 그에게 새 전기를 마련해 준 이가 이탈리아 출신 거장 리카르도 무티다. 무티는 2015년 8월 세계 최고의 여름 음악축제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동양의 무명 소프라노를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여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데뷔’였다.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여지원(37)은 “워낙 경험이 없던 터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어떤 무대인지도 몰랐다”며 “그저 무티가 불러준 것에 감사했는데, 나중에 어떤 무대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무티가 무명의 그를 큰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은사(불가리아 출신 소프라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의 추천으로 2013년 라벤나페스티벌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에 출연했어요. 페스티벌의 연출자가 무티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무티예요. 마에스트로가 우연히 ‘맥베스’ 연습 장면을 보게 됐고, 배역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제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해요. 그래서 1년 뒤 ‘에르나니’ 오디션을 제안받게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그는 한 번도 주목받는 성악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서경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고음에 자신이 없던 ‘흔한’ 음악학도였다. 진로에 대한 고민 속에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지 10년 만에 ‘잘츠부르크 티켓’을 거머쥐게 된 케이스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였지, ‘노래를 잘하는 아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저 성당에서는 성가대, 학교에서는 합창단에 참여해 노래하곤 했죠. 노래 잘하는 친구가 부러워 그 친구가 공부했다는 성악을 배운 것도 남들보다 한참 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대학교에서도 4년 내내 노래를 잘하는 학생이었던 적은 없어요.”

그 때문에 고음을 못 내던 약점은 배역에 더 몰입하는 강점으로 바뀌었다. 뚜렷한 도약의 계기들은 없었지만 계속 조금씩 발전하는 과정들도 이어졌다. 그는 이달 서울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오는 6~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과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와 함께 ‘베르디 콘서트’를 연다.

1부는 ‘오페라 갈라 무대’에서는 ‘나부코’ 서곡과 ‘맥베스’, ‘에르나니’,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의 아리아를 들려준 뒤 2부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는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3막 발레연주곡 ‘사계’를 선보인다.

그는 올해 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도 다시 무티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무티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 출연해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인 안나 네트렙코와 여주인공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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