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날…전직 대통령 또 구속된 날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9분 삼성동 자택에서 나왔다. 남색 바지 정장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모습이었다.
최경환·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그리고 동생인 지만씨 부부가 자택 앞에서 배웅했고 박 전 대통령은 미소로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제공한 에쿠스 리무진에 올라타 곧장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다.
지난 21일 검찰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탄 차 앞뒤로는 경호 차량과 경찰 싸이카 오토바이가 배치됐다.
자택에서 법원까지는 약 5㎞ 거리로 차를 이용하면 평소 20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는 경찰의 교통통제로 11분만인 오전 10시 20분 서울중앙지법 4번 출입구 앞에 도착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으며 취재진이 바닥에 테이프를 삼각형 모양으로 붙여 만들어 놓은 '스탠딩 포인트'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기자들이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등 3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답하지 않았다.
곧장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박 전 대통령은 계단을 이용해 한 층 위에 있는 321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피의자심문은 오전 10시 30분께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한웅재 형사8부장과 검사 4명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자 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법정에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심문은 약 8시간 40분만인 오후 7시 11분께 끝이 났다. 그 사이 두 차례 휴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6분부터 2시까지 휴정한 동안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사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 오후 4시 20분부터 15분간 두 번째 휴정이 있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13가지에 이르는 중대한 혐의가 있고,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 29분께 역시 4번 출입구로 나왔다.
그는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수감되기 전 기자들과 대면할 마지막 기회였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사관들과 함께 검찰 관용차인 K7에 올라타 법원 바로 옆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날 오전 삼성동 자택을 나서 법원에 올 때는 경호실 에쿠스 리무진의 뒷좌석 상석에 앉았으나 법원에서 검찰청으로 갈 때는 검찰의 K7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다. 양옆에는 여성 수사관이 자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 10층 임시 유치시설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초조함 속에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31일 오전 3시 무렵 구속영장이 발부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근처에 모여 있는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접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의 K7 승용차는 이날 오전 4시 29분께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약 16분 후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카메라에 잡힌 박 전 대통령은 피곤에 지친 모습속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21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미결수용자로 또 한 번 신분 변화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악'으로, 교과서에는 전직 대통령이 또 구속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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