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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세월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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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9 21:07:38 수정 : 2017-04-11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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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쉬지 않는 영원한 힘이 상심 치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말도 못하고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 집안 어른들이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겠느냐며 걱정하시는 투로 물으셨다. 그때 남편이 “세월이 해결하지요”라고 옆에서 대신했던 말이 기억난다. 당시 한국어를 전혀 몰라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인데 신기하게도 그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말한 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것들을 세월이 말끔히 해결해준 것 같다. 


세월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한국에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세월은 화살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빨리 세월이 흐른다는 뜻도 있지만, 한번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지금 다가오는 계절은 봄이다. 산과 들로 나가면 여러 나물이 계절에 맞게 자라 있다. 뜯어 온 나물들과 양념을 버무리면 서로 잘 어울리고 각자 재료들이 화학변화를 일으켜 맛있는 겉절이가 된다. 그런데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각 재료와 양념이 잘 어우러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치가 숙성기간을 거쳐 맛있게 익어가는 것처럼 서두르지 않는 충분한 시간을 통해서야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3월은 병아리같이 예쁜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시기다. 그들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차 익숙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진학학교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인다. 그곳에 입학한다는 것은 경쟁사회에 들어서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는 해야 하는 많은 일을 잘 소화해 내기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병아리들이라 해도 그냥 잠만 자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부지런해야 한다. 앞으로는 성과 있는 결과물을 계속 산출해야 하고 거기에다 깔끔하고 예쁘게 보여야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시간은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그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향상시켜 나가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모든 병아리가 닭이 되는 것을 나중에 바라보면 별 차이는 없겠지만 우리는 경쟁사회 속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목표를 이루고 남들보다 한 지점 먼저 도달해야 한다. 그러한 우리 삶 속에서는 힘들고 어떤 말을 받아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입기 쉽다. 그때 시간만이 마음의 치유가 될 때가 있다. 세차게 흔들린 파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잔해지는 것처럼 세월은 유일한 약이 된다. 시간의 힘은 웅대하다. 인간도, 사회도 말끔히 밀려가는 막대한 힘을 가진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단 한 번도 쉬지 않는 영원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비하면 인간이 가진 시간은 한순간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마음속에 기억이나 추억으로 남기는 것뿐이다. 벚꽃이 필 때가 왔다. 일주일 아니면 길어도 10일밖에 피지 못하는 꽃이기에 올해도 예쁜 모습을 마음에 잘 새겨 넣어야겠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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