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성 지음 대부분의 책들 특히 소설이나 산문집 등은 한번 읽어본 후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거나 요약한 다음 옆으로 밀쳐 놓아도 된다. 그러나 수신에 관한 책이나 좌우명이 될 만한 구절을 담은 책은 곁에 두고 체화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곱씹을수록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책, 나에게는 ‘채근담(菜根譚)’이 그렇다.
‘사람이 나무 잎사귀나 뿌리만 먹고도 산다는 마음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소학의 가르침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중국 명나라 학자인 홍자성의 저서를 만해 한용운 스님이 다섯 편으로 분류해 해설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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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
숱한 욕망이 여과없이 표출되고, 남의 입에 들어간 것까지도 빼내어 먹을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이 험한 정치판에서 내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주옥같은 수많은 명문장 중에서도 특히 다음 구절을 좋아하여 행초의 대가인 석계 김태균 선생님께 부탁드려 글씨를 받아 액자로 만들어 두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물질만능의 부박한 오늘날의 세태에서 수많은 명사들과 고관들이 한순간의 방심이나 탐욕으로 패가망신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특검 수사에서 보듯이 이제는 사람이 보지 않는 곳이 도대체 없다. 이제는 나 혼자 숨기고 감춘다고 드러나지 않는 일이 없다.
病受於人所不見, 必發於人所共見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 先無得罪於冥冥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데서 생겨서 반드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곳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채근담 이 한 구절을 붙잡고 유혹 많은 이 세상에서 늘 경계로 삼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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